여행은 낯선 풍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하는데 있다.
이번 여행의 선택은 사실 中原이란 말이 너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대륙을 경영하는자 중원을 占하지 않을 수 없다. 개봉 정주 낙양 서안.
모두 고대 제국 周 秦 漢 唐 宋代의 심장부가 아니던가.
포청천의 작두.
젊은 시절의 백거이 동상
흥경궁內의 술 취한 이태백 동상.
대안탑 광장의 이백 동상.
불교에 심취했던 산수 전원 시인 王維의 동상
개봉부에서 북송때 포청천의 작두의 추상같은 기개와,
역대 문신중 왕안석, 사마광. 그리고 대 문호 소동파의 초상을 접하고.
낙양 용문석굴의 끝머리 白園에서 백거이의 잡초 무성한 무덤 앞에 서 보기도 하고,
젊은 남녀 학생이 나란히, 벽에 새겨 놓은 비파행을 음송하는 것을 들으며 그 아름다운 청춘을
부러워도 했다.
시안 흥경궁에서 술취한 이백과, 대안탑 광장에서 술잔을 높이 든 이백. 그리고 청년시절의 백거이.
詩佛이라 불리었던 왕유의 동상을 보며 행복해 했다.
읽지도, 알지도 못하는 그들의 싯귀가 적힌 비석들을 보며 나의 무지함을 안타까워하고.
어쩌다 읽은 적이 있는, 화청지에서의 유종원의 시 江雪에 그만 감격해 하기도 했다.
江雪 柳宗元 (中唐 시인)
千山鳥飛絶 (천산조비절) 온산에 새 나는 것 끊어지고
萬徑人蹤滅 (만경인종멸) 모든 길에 사람 자취 사라졌네.
孤舟蓑笠翁 (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도롱이 걸치고 삿갓 쓴 늙은이,
獨釣寒江雪 (독조한강설) 홀로 낚시하는데 차가운 강에 눈 내리네.
아주 오래전의 희미한 기억들을 더듬으며,
다만 그 느낌만을 헤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흐믓하기만 하였다.
황하 강변.
황하를 굽어보는 언덕위의 모택동 동상.
낙양 용문석굴 봉선사의 루서나포.
측전무후를 모델로 한 이 불상은 당나라 초기의 걸작이라 한다.
화산 西峰.
2,000m가 넘는 경사 급한 산길을 짐꾼이 하모니카를 불며 오르고 있다.
도도히 東으로 흐르는 누런 흙탕물.
그 황하를 바라보며 조국의 공산화를 다짐했던 모택동의 "황하를 좋게 하리라"는 위대한 다짐도 있다.
용문석굴의 백미. 측전무후의 이미지를 닮게 만들었다는 봉선사의 노사나불.
당 태종의 후궁으로 입궐하여 태자를 사랑하였고, 태자가 황제가 된 후엔 황후와 애첩 숙비를 태형을 가해 죽인 후, 그 사체를 표범 우리에 집어 던져 버린 악랄했던 여인 측전무후를, 온화하고 단정하게 미화시킨 석공의 재주가 가상하기만 하다.
눈 내리는 화산의 절경. 중국의 오악 중 하나이며 서악이라 불리는 화산.
그 험한 길을, 하모니카를 불며, 또는 괴성에 가까운 기합을 넣어 가며 목도를 메고 오르는 인부들에게서 삶의 고단함을 보았다.
진시황의 병마용.
죽어서도 황제이기를 원했던 한 사나이의 무모한 욕심의 결정체. 진시황 병마용.
지하 궁전 복도 바닥에, 고이춤에 오른손을 넣은체 죽어가는 한 백성의 俑을 보며, 왜 생식기를 잡고 죽어야만 했을까. 이를 놓고. 마약에 취했다. 자위중에 죽었다. 세면발이에 옮았다는 둥 갑론을박하여 죽은 자를 욕뵈이기도 했다.
화청지의 온천수 증기 피어오르는 곳에 서있는 일세를 풍미한 양귀비의 도발적 젖무덤을 보며,
그녀의 혓바닥 침샘에서는 아마 아편이 흐를지도 모른다는 황당한 상상도 해 보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제국의 황제 (당 현종)를 혼미케하여 나라를 어지럽혔겠는가?
장안성 서문쪽으로 꺾어지는 모퉁이의 견고한 성벽.
중원의 여행에서 느끼는 감상 중. 조상의 피땀의 역사를 팔아 먹고 사는 대륙의 후손들이 얄밉기도 하고,
그러나, 그 드넓은 땅 덩어리가 한없이 부럽기만 하였다.
땀내 나는 침대열차. 오금을 펼 수 없을 정도로 비좁은 장거리 버스. 침대 모서리에 종아리를 찢긴 호텔.
겉옷을 껴입고 자야만 했던 화산의 호텔방. 그리고
향차이의 특이한 향. 이름도 모를 각종 음식들. 양 꼬치. 청도 맥주. 독한 바이주의 얼얼함.
자기본위 행동으로 주위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도 있었고..
그러나 여행이란 모든게 이해되는 것이다. 잡탕 속에서 진국이 우러나듯.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를 즐기면 그만인 것이다.
새로운 친구들을 알게 되어 기쁘고,
그들을 다시 만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에 다음 여행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2012.1.7 ~ 1.19 까지 중국 배낭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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