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何處難忘酒 / 白居易

甘冥堂 2023. 1. 23. 10:43

何處難忘酒 / 白居易

 

其一

 

何處難忘酒 (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長安喜氣新 (장안희기신) 장안에서 신바람 새롭던 날

初等高第日 (초등고제일) 첫 번에 과거에 우등 급제하여

乍作好官人 (사작호관인) 졸지에 좋은 관직을 얻었나니

省壁明長榜 (성벽명장방) 중서성 벽에는 합격 방문 붙었고

朝衣穩稱身 (조의온칭신) 조복은 편안히 몸에 꼭 맞았네

爭奈帝城春 (쟁내제성춘) 서울의 봄을 어찌할거나

 

 

其二

 

何處難忘酒 (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天涯話舊情 (천애화구정) 아득히 헤어졌던 벗을 만나 정담을 나눌 때

靑雲俱不達 (청운구부달) 청운의 꿈을 둘 다 이루지 못하고

白髮遞相驚 (백발체상경) 백발이 갈아드니 서로가 놀라는구나.

二十年前別 (이십년전별) 이십 년 전에 헤어져서는

三千里外行 (삼천리외항) 삼천 리 밖을 떠돌았다네

此時無一盞 (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何以敍平生 (하이서평생) 무슨 수로 평생의 마음을 풀어보나

 

 

其三

 

何處難忘酒 (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朱門羨少年 (주문선소년) 부귀하나 젊음이 부러울 때

春分花發後 (춘분화발후) 춘분날 온갖 꽃이 활짝 피어난 뒤

寒食月明前 (한식월명전) 한식날 달이 밝기 전에

小院回羅綺 (소원회라기) 정원에는 비단옷 여인이 배회하고

深房理管弦 (심방리관현) 깊은 방 안에서는 악기를 조율하네

此時無一盞 (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爭過艶陽天 (쟁과염양천) 화창한 봄날은 다투듯 지나가리

 

 

其四

 

何處難忘酒 (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霜庭老病翁 (상정노병옹) 서리 내린 뜰에 늙고 병든 사람

闇聲啼蟋蟀 (암성제실솔) 어렴풋한 소리로 귀뚜라미 우는데

乾葉落梧桐 (건섭낙오동) 마른 잎은 오동나무에서 떨어지는구나

鬢爲愁先白 (빈위수선백) 귀밑털은 수심에 먼저 희어지고

眼因醉暫紅 (안인취잠홍) 얼굴은 취하여 잠시 붉어지는데

此時無一盞 (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何計奈秋風 (하계나추풍) 무슨 수로 가을바람을 어찌해보나

 

 

其五

 

何處難忘酒 (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軍功第一高 (군공제일고) 전쟁에서 이룬 공이 제일 높을 때

還鄕隨露布 (환향수노포) 고향에 돌아감에 승전보가 따르고

半路授旌旄 (반노수정모) 거리는 반이나 깃발로 덮여있네

玉柱剝蔥手 (옥주박총수) 거문고 발에 고운 손 다 벗겨지고

金章爛椹袍 (금장란심포) 금장은 두루마기 위에 눈부시구나

此時無一盞 (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何以騁雄豪 (하이빙웅호) 무엇으로 영웅호걸의 회포를 풀까

 

 

其六

 

何處難忘酒 (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靑門送別多 (청문송별다) 청문에서는 송별이 잦을 때라네

斂襟收涕淚 (렴금수체누) 옷깃 여미고 눈물 훔치니

簇馬聽笙歌 (족마청생가) 말들도 생황소리에 귀 기울이네

煙樹灞陵岸 (연수파능안) 파릉 언덕 나무는 안개에 싸이고

風塵長樂坡 (풍진장낙파) 장락궁 비탈에는 흙먼지 이네

此時無一盞 (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爭奈去留何 (쟁나거류하) 떠나고 머무르는 마음 어찌하리오

 

 

其七

 

何處難忘酒 (하처난망주) 어떨 때 술 없으면 괴로운가

逐臣歸故園 (축신귀고원) 쫓겨 귀양갔다 고향으로 돌아갈 때

赦書逢驛騎 (사서봉역기) 사면 조서 가져온 역마를 맞이하니

賀客出都門 (하객출도문) 축하하는 손님이 도성 문을 나오네

反面瘴煙色 (반면장연색) 얼굴 반은 거무스름 병색이 짙고

滿衫鄕淚痕 (만삼향루흔) 옷에는 가득 고향 그린 눈물 자국

此時無一盞 (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 잔의 술이 없다면

何物可招魂 (하물가초혼) 무엇으로 떠나는 혼을 불러오랴

 

 

 

어떤 자리서 술을 잊지 못할까(何處難忘酒)’ 백거이(白居易·772846)

< 동아일보 [이준식의 한시 한 수] ,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2020-10-30 >

 

술이 좋아 마시면서도 애써 술 마실 명분을 찾아내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기왕 마시는 술이지만 명분이 그럴싸하면 마음의 부담도 덜고

혹여 있을지 모를 주변의 눈총도 피할 수 있어서일 것이다.

하물며 서로 아득히 멀리 이별했다 20년 만에 만난 친구와 옛정을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

누군들 시인의 이 권주가에 공감하지 않으랴.

 

어떤 자리서 술을 잊지 못할까7수로 이루어진 연작시.

옛 친구와 회포를 푸는 경우 외에 시인은 어떤 때 술 생각이 간절할 것이라고 상정했을까.

장원 급제하여 관복을 입고 장안을 누빌 때,

전공(戰功)을 세운 영웅이 군사를 이끌고 금의환향의 행차에 나설 때,

병든 노인이 서리 내린 뜰에서 외로이 소슬한 가을바람을 느낄 때,

조정에서 쫓겨난 신하가 도성을 떠나 눈물로 낙향의 길에 오늘 때 등

다양한 경우를 내세우고 있다.

 

이백, 두보에 못지않은 시명(詩名)을 떨쳤던 백거이,

취음(醉吟) 선생이라는 호()에 걸맞게 음주시(飮酒詩)에 관한 한

오히려 두 사람을 능가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다만 이백의 음주시가 호탕한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면

두보의 그것에는 불우한 삶 속에서 악전고투했던 침울한 분위기가 투영되어 있고

백거이의 음주시에는 달관과 유유자적의 정취가 물씬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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