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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에는 지짐이

甘冥堂 2024. 10. 23. 00:13

날씨가 싸늘해지면서 비까지 내린다.
텃밭에 배추는 아직도 오므라들지 않고 헤프게 퍼져있는데
이렇게 가을은 깊어만 간다.

오늘은 며칠 전 약속해 두었던 모임.
소위 번개팅이다.
점심때쯤 모여 단골 국수집으로 향했다.
항상 그렇듯이 주인이 우리를 태우러 차를 가지고 나왔다.
"아이구, 이거 맨날 미안합니다."

서삼능 입구 국수집.
부추전. 호박전에 막걸리 그리고 잔치국수.
비 오는 날과 어찌 그리 궁합이 잘 맞는가!

간단하기 이를 데 없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지짐이를 먹는 맛은
아무 때나 맛볼 수 없는 조합이다.

호박 부침개.
달짝지근 하니 입맛을 돋운다.

먼저 나온 부추전에
서둘러 막걸리 한잔.


날이 더웠으면 무조건 콩국수를 먹어야 하지만
이렇게 몸이 으스스 떨리는 날엔 따뜻한 잔치국수가 제격이다.


배가 부르니
이젠 입에서 나오는 비단 같은 말-口羅를 풀어야 한다.

바로 옆 커피집.
국수집 영수증을 보여주면 무조건 반값이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한해서 할인을 해주는 것이다.

두세 시간 떠들어도 거칠 게 없다.
옆 테이블에 한가하신 사모님 일곱 분이
얼마나 크게 웃고 떠드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우리 남정네 네 명의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번개팅을 끝냈다.
오늘 저녁 끼니는 막걸리 빈대떡 먹은 걸로 대체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