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8 9

미련

찬바람 옷깃을 여미는데광장에는 오가는 사람 드물다길 건너 저편에서부터눈길 애써 주지 않으려외면하는 모습 서늘하네손 한번 잡지 아니하고 다른 친구의 등뒤로 몸을 돌리는데나란히 앉아서도정을 담은 술잔도추억을 담은 노래도어색함만 파고드는그런 만남그런 자리같은 열차를 타고내리는 순간에도다른 이와는 정다운 인사그리곤 못 본 체 가버리는이제서야 진심을 알았네등 돌리면 돌아보지 마미련 따윈 없어야 해그렇구나그런 것이구나끝은 그래야 하는구나찬바람 옷깃을 스치네....어느 학우가 지은 시.무슨 사연이기에 이렇게까지 싸늘한가?연인과의 이별이 그렇게 가슴 아픈가?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다.다시 뒤돌아봐도다신 돌아오지 않겠지미련이나 후회 따윈 갖지 마시게.대나무 쪼개듯 분명히 정리하시게.말이야 쉽지,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느냐 ..

여행자를 위한 서시

여행자를 위한 서시 – 류시화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그냥 저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한때는 불꽃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 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그만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소세양 판서와 헤어지며

奉別蘇判書世讓 (봉별소판서세양)소세양 판서와 헤어지며 / 黃眞伊 流水和琴冷 (유수화금랭)흐르는 물은 가야금 소리에 어울려 차갑고梅花入笛香 (매화입적향)매화는 피리 소리에 스며들어 향그러워라明朝相別後 (명조상별후)날이 밝으면 서로 헤어져 길 떠날 테지만情與碧波長 (정여벽파장)그리운 정은 푸른 물결처럼 끝이 없겠지.

유종원의 음주 시를 본떠 짓다

擬柳子厚飮酒 / 朴泰輔   喜不宜飮酒 (희불의음주) 기쁠 땐 술 마시지 말아야 하니樂極多愆咎 (락극다건구) 너무 즐거우면 실수가 많아지네憂不宜飮酒 (우불의음주) 걱정스러울 땐 술 마시지 말아야 하니醉後轉窈糾 (취후전요규) 취하고 나면 깊은 근심이 되네唯有無事者 (유유무사자) 아무 일 없는 때라야然後宜飮酒 (연후의음주) 술 마시기 좋으니中心旣和平 (중심기화평) 마음이 편안한 뒤에酣暢可長久 (감창가장구) 술도 오래 즐길 수 있네淸風自北窓 (청풍자북창) 시원한 바람 북쪽 창에서 불어오고好月窺南牖 (호월규남유) 밝은 달은 남쪽 창으로 슬며시 비추네幽人動逸興 (유인동일흥) 한가로운 흥취에 은자는 고무되어新釀開甕取 (신양개옹취) 술독 열어 새로 빚은 술 담아 오네引觴還自酌 (인상환자작) 술잔 들어 홀로 마시니豈必..

썩소

'최대 야당'의 당대표인 이재명 대표에게 혼미, 우려는 남의 나라 이야기인 듯하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의 의결정족수를 마음대로 설정한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져 소란스럽던 찰나, 이 대표가 한덕수 대행 탄핵소추안에 찬성 투표를 한 뒤 유유히 제자리로 돌아가며 '썩소'를 짓는 모습이 국회출입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혔다. 도대체 이 상황에서의 '썩소'에 담긴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그 내심은 심지어 해외의 일개 네티즌들조차 헤아리기가 어렵지 않은 모양이다. 외신들도 "정국 혼미의 정도 심해졌다""불확실성 높아졌다" 우려 일색인데…이재명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인 듯한덕수 탄핵 찬성투표하며 '썩소' 지어 마이니치 신문의 기사에 달린 공감수 1위의 ..

진정한 애국?

보수, 진보, 좌우를 떠나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면, 이 나라에 살고프면,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진정한 애국?"祖國을 사랑한다면, 좌우 이념(理念)을 초월해서, 생각해 보십시요.지금, 대한민국은 제3세계 후진국들 중, 유일하게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여,'경제대국'이 되고, '민주국가'가 되었다.그러나, 발전은 여기가 끝이다. 이제부터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그 이유와 원인을 알아보자.1. 내부 분열무릇, 역사는 부침(浮沈)이다.강국(强國) 로마도 망했고, 몽골제국도 사라졌다. 거대한 중국은 제국의 흥망사(興亡史) 이다.그러나, 대한민국은  '발전의 피로'가 너무 빠르다.'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 흘러내리는 술에, 나라는 취해 비틀거린다.'내부 모순'으로, 나라는 '左右 종횡(從橫)'으로 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