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4 4

김형영 시인의 시 모음

꽃밭에서 / 김형영어두워서하얀 꽃바라보고 있으면꽃은 오히려나를 바라보고나를 바라보는꽃바라보고 있으면나는 비로소나를 본다.눈 뜨고는차마바라볼 수 없는누더기 같은나를 본다.통회 시편 3 / 김형영나 비록 죄 지은 몸이오나주님께 고백하였더니내 허물 덮어주시고내 죄 묻지 않으셨도다.철없는 노새처럼 되지 않으려고뙤약볕에 시든 풀잎처럼나 주님 앞에 엎드렸더니내 머리에 손 얹으셨도다죽음의 파도가 밀어닥쳐주님 품에 뛰어들었더니이 몸 안아주시고내 갈 길 일러주셨도다.기억할지어다 / 김형영한반도의반도의 반도 사람들은기억하지꼭두새벽이면새끼 몇 발씩 꼬아들고변산으로 떠나던 우리들의아버지와 어머니를,기억하지그 떠나던 뒷모습을아침이 되고 낮이 지나마침내 어둠이 대지를 누르면기다리고 기다리고 또기다리다가,너무 어두워눈으로 기다리지..

따뜻한 봄날

김형연 시인의 '따뜻한 봄날'. 장사익 가수가 이 시를 노래로 불렀다.제목을 '따뜻한 봄날'이 아닌 '꽃구경'으로 했다.따뜻한 봄날 / 김형연 어머니 꽃구경 가요제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어머님은 좋아라고  아들등에 업혔네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산자락에 휘감겨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꽃구경 봄구경눈감아 버리더니  한 움큼씩  한 움큼씩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어머니 지금 뭐 하나요.솔잎은 뿌려서 뭐 하나요아들아 아들아ᆢ 내 아들아~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아무것도 모르고 장사익 가수의 노래로만 알았다.시인에게 미안하고 詩한테 미안하다.처음엔 화사한 봄날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노래를 들어보니 그게 ..

水調歌頭

水調歌頭[수조가두]  蘇軾[소식]明月幾時有[명월기시유] : 밝은 저 달은 언제부터 있었나?把酒問靑天[파주문청천] : 술잔 들고 푸른 하늘에 물어보네.不知天上宮闕[부지천상궁궐] : 하늘 위 궁궐에선 알지 못하네今夕是何年[금석시하년] : 오늘 밤이 무릇 어느 해인지.我欲乘風歸去[아욕승풍귀거] : 나는 바람 타고 돌아가고 싶다만又恐瓊樓玉宇[우공경루옥우] : 또한 궁전의 옥 지붕이 두렵다네.高處不勝寒[고처불승한] : 높은 곳이라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起舞弄淸影[기무농청영] : 일어나 춤추자 맑은 그림자 희롱하니何似在人間[하사재인간] : 어찌 인간 세상에 있는 것과 같으랴.轉朱閣[전주각] : 붉은 누각을 맴돌다가低綺戶[저기호] : 비단 창문에 머무르며照無眠[조무면] : 잠 못 이루는 사람을 비추네.不應有恨[불응유한..

高處不勝寒

고처불승한(高處不勝寒)높은 곳에선 추위를 이기지 못한다, 지위가 오르면 시기와 모함이 따른다.  사람들은 높은 곳을 좋아한다.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고, 아는 것이 많고 등등 남보다 앞서기 위해 평생을 경쟁한다. 고지를 오르는 모험가 힐러리(Hillary)경은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고 통달한 말을 남겼지만 아무래도 세인들은 상봉을 정복했을 때 등산의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오르고 또 올라 더 오를 데가 없는 하늘의 용 亢龍(항룡)은 행복할까.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엔 떨어질 일만 남아 후회하게 된다는 亢龍有悔(항룡유회)란 말로 보아 더욱 조심스러우니 좋지만은 않다. 같은 의미로 널리 알려진 시구가 높은 곳에서는(高處) 추위를 이기지 못할까 두렵다(不勝寒)는 이 성어다.東坡(동파)란 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