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하이쿠 시 쓰기

甘冥堂 2025. 1. 18. 10:38

소나무에 대해선 소나무에게 배우고

대나무에 대해선 대나무에게 배우라.

그대 자신이 미리 가지고 있던 부관적인 생각을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대상에 강요하게 되고 배우지 않게 된다.

대상과 하나가 될 때 시는 저절로 흘러나온다.

그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 감추어져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 그 일이 일어난다.

아무리 멋진 단어들로 시를 꾸민다 해도

그대의 느낌이 자연스럽지 않고

대상과 그대 자신이 분리되어 있다면,

그때 그대의 시는 진정한 시가 아니라

단지 주관적인 위조품에 지나지 않는다.  

 

                          -마쓰오 바쇼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은 우리 안의 시인을 깨우는 일이다.

그리하여 그 시는 우리 안의 시인에 의해 재창조된다.

그것이 시 읽기의 기쁨이다.

 

압축과 생각이 특징이어서 마치 '말하다 마는 듯한' 하이쿠는

읽는 이의 시적 상상력과 감성에 의해 완성된다.

언어를 사용하지만 언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하는 것이

하이쿠이다.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는 희곡 <꿈의 언덕>의 엔딩 부분에서 말한다.

 

"떠나면서 남길 말은 없어?"

"넌 아직도 말로 우리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어?"

 

하이쿠는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사이를 가르며 지나가는

무언의 메시지이다.

그러나 하이쿠는 독자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라고 하지 않는다.

사용된 단어들은 어떤 장소나 풍경을 가리키는 이정표 같은 것이다.

기억을 더듬듯이 그 장소와 풍경을 찾아가는 것은 독자의 일이다.

 

 

오늘만큼은

늙은 사람이 되자

초겨울 비

 

때맞춰 겨울비가 내린다.

이날만큼은 노인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늙은 기분이 되어

첫 겨울비의 적막한 운치를 맛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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