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 대해선 소나무에게 배우고
대나무에 대해선 대나무에게 배우라.
그대 자신이 미리 가지고 있던 부관적인 생각을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대상에 강요하게 되고 배우지 않게 된다.
대상과 하나가 될 때 시는 저절로 흘러나온다.
그 세상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 감추어져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 그 일이 일어난다.
아무리 멋진 단어들로 시를 꾸민다 해도
그대의 느낌이 자연스럽지 않고
대상과 그대 자신이 분리되어 있다면,
그때 그대의 시는 진정한 시가 아니라
단지 주관적인 위조품에 지나지 않는다.
-마쓰오 바쇼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은 우리 안의 시인을 깨우는 일이다.
그리하여 그 시는 우리 안의 시인에 의해 재창조된다.
그것이 시 읽기의 기쁨이다.
압축과 생각이 특징이어서 마치 '말하다 마는 듯한' 하이쿠는
읽는 이의 시적 상상력과 감성에 의해 완성된다.
언어를 사용하지만 언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것을 묘사하는 것이
하이쿠이다.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는 희곡 <꿈의 언덕>의 엔딩 부분에서 말한다.
"떠나면서 남길 말은 없어?"
"넌 아직도 말로 우리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어?"
하이쿠는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사이를 가르며 지나가는
무언의 메시지이다.
그러나 하이쿠는 독자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라고 하지 않는다.
사용된 단어들은 어떤 장소나 풍경을 가리키는 이정표 같은 것이다.
기억을 더듬듯이 그 장소와 풍경을 찾아가는 것은 독자의 일이다.
오늘만큼은
늙은 사람이 되자
초겨울 비
때맞춰 겨울비가 내린다.
이날만큼은 노인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늙은 기분이 되어
첫 겨울비의 적막한 운치를 맛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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