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30 2

長毋相忘

삶은 창조와 사라짐의 반복입니다. '생자필멸'이라는 말처럼, 살아있는 것은 결국에는 사라집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세한도의 장무상망과 기억에 남기고픈 인연을 생각합니다. 장무상망(長毋相忘) '오랜 세월이 지나도 서로 잊지 말자.' 이 말은 세한도에 인장으로 찍힌 말 입니다. "우선(藕船), 고맙네! 내 결코 잊지 않음세! 우리 서로 오래도록 잊지 마세!" '장무상망(長毋相忘)'은 추사가 먼저 쓴 것이 아니라 2천년전 한나라에서 출토된 와당에서 발견된 글씨입니다. ‘歲寒圖(세한도)’는 설 전후의 추위를 이겨낸 그림이란 뜻입니다. ‘歲寒(세한)’이란 말의 근원은 논어 子罕(자한)편에 나옵니다. 子曰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也. (자왈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

마지막 잎새

미국작가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는 단순한 스토리를 통해 깊은 메시지를 주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뉴욕 그리니치 아파트에 사는 무명의 여류화가 존시가 심한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메게 되는데, 그녀는 친구의 격려와 위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창문너머의 맞은편 담벼락에 붙어있는 담쟁이 넝쿨의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의 생명도 끝난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절한 무명의 노화가가 벽에 나뭇잎 하나를 그려놓아 심한 비바람에도 이 나뭇잎이 떨어지지 않아 존시에게 삶의 희망을 갖게 해 준다는 이야기이다. 한달이 지날 때마다 한 장씩 뜯어낸 달력이 12월이 되니 덩그러니 한장만 남게 되니까 어쩐지 이 ‘마지막 잎새’와 같은 감성을 준다. 어찌도 세월은 이처럼 빨리 흘러 갔는지 벌써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