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3 6

사군자 - 蘭

사군자 그림의 주제는 君子이다. 불굴의 의지를 지닌 매화의 雪裏開花(설리개화), 고독한 향기를 지닌 난초의 空谷幽香(공곡유향), 대기만성으로 가을꽃을 피우는 국화의 傲霜孤節(오상고절), 사철 변치 않는 대나무의 綠竹猗猗(녹죽의의) 등은 군자라는 인격적, 이념적 가치와 梅蘭菊竹(매란국죽)의 생태를 동일시한 것이다. 이 주제는 군자를 이상적 인간상으로 삼은 식자층에서 나오게 되었다. 지필묵으로 공부하며 시를 짓고, 글씨를 쓰던 그들은 묘사법을 배운 적이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사군자는 간단한 먹그림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평생 손에 쥔 붓(筆)과 먹(墨)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필묵의 수준에 대해서는 도사들이었다. 무어라 언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산 지성의 뼈(骨)와 피(血)의 개성이라고 할 필묵 자..

서화, 도자기는 언제든지 먼지만 털면 그만이다. 그러나책이 지루할 때, 붓이 막힐 때는, 난초 잎을 닦아주는 것이 제일이다. 중국에서는 내외 싸움하려거든 난초 잎을 닦아주란 말이 있다 한다. 결국 幽谷君子를 대함으로써 和敬淸寂을 얻으라는 말이다. 유곡군자(幽谷君子)란 깊은 골짜기 속의 군자라는 뜻으로, 난초를 아름답게 이르는 말이다. 화경청적(和敬淸寂)이란 다도(茶道)의 정신을 표현하는 데 쓰였던 말로 「和敬」는 주객(主客) 상호 간의 마음가짐, 「清寂」는 다구(茶具)·다실에 관한 이해와 마음가짐을 말한다. 남에게는 화경으로 대하고, 다실(茶室)이나 다구(茶具)는 조심스럽고 깨끗이 하는 일을 이른다. 즉, 화목하고 존중하고 마음이 맑아지면 주위가 깨끗하게 된다는 뜻의 다道 정신을 말한다. 난초는 그만치 ..

탁주 한잔

탁주 한 잔 “죽은 후 천추만세까지 이름이 전해지는 것 보다는 살아생전에 탁주 한잔만 못하다” (死後千秋萬歲之名 不如生時濁酒一杯)는 말이 있다. 사후의 세계보다 살아생전이 더 소중하다는 뜻이다. 고려의 대문호 이규보(李奎報)가 아들과 조카에게 준 시(詩)를 보면 노인의 애틋한 소망이 그려져 있다. 죽은 후 자손들이 철따라 무덤을 찾아와 절을 한들 죽은 자에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세월이 흘러 백여 년이 지나 가묘(家廟, 祠堂) 에서도 멀어지면 어느 후손이 찾아와 성묘하고 돌볼 것이냐고 반문했다. 찾아오는 후손 하나 없고 무덤이 황폐화되어 초목이 무성하니 산 짐승들의 놀이터가 되어 곰이 와서 울고 무덤 뒤에는 멧돼지가 울부짖고 있을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산에는 고금의 무덤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雨水時節

[雨水時節] 宋, 劉辰翁(1232-1297) 郊嶺風追殘雪去(교령풍추잔설거) 교외 고개마루에는 봄바람이 잔설을 내몰고 坳溪水送破冰來(요계수송파빙래) 움푹한 계곡에는 물이 깨진 얼음 내려보내네 頑童指問雲中雁(완동지문운중안)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구름 속 기러기를 가리키며 這裏山花那日開(저리산화나일개) 여기 산꽃은 언제 피느냐고 묻네 '우수'라는 말은 눈 대신 비가 내리고 강의 얼음이 녹아 물이 되어 흐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제 설 연휴를 보내고 나니 곧 봄이 올 것같은 착각이 든다.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봄의 상징인 꽃은 아직 보이지 않으니 순진한 아이들이 북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에 봄꽃이 언제 피느냐고 물어본다. 꼭 아이들 얘기만일까? 혹자는 시인이 송나라가 망한 후 귀향하여 은거하다 일생을 마친 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