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본능적 사랑

甘冥堂 2011. 9. 1. 11:19

저녁식사를 끝내고 텔레비젼을 보다가 얼핏 잠이 들었다.

7살된 손녀가 머리맡에 와서 흔들어 깨운다. "엄마가 많이 아파요. 일어나세요, 할아버지."

아니 저녁을 잘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어디가 아프다는겐가 ?

"엄마가 아픈데 할아버지를 부르면 어떻하니. 아빠를 불러 병원엘 가야지."

 

거실에 나가보니 며늘애가 배를 감싸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그 옆에서는 4살짜리 손녀가 울고 있다. 제 엄마가 아파하니 덩달아 울고 있는 것이다.  엄마 얼굴을 쓰다듬더니 옆으로 쓰러져 운다.  다시 일어나 엄마 얼굴에 뽀뽀를 하더니 또 쓰러져 운다. 제 어멈이 "태경아, 괜찮아 울지마". 하니 엄마의 손을 잡고 한손으론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눈물을 펑펑 흘리며 "엄마, 엄마"부르며 운다.

 

위경련인 것 같았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위 경련이 얼마나 아픈지 모를게다. 거의 죽을 만큼 사람 진을 빼는 것이다. 아무래도 안될 것같아 우선 손가락 소상혈에 사혈을 하고 몇군데 유침을 해 놓고, 발바닥 이내정에 뜸을 떳다. 원래 이내정에 뜸을 뜰 때에는, 뜨거우면 뜨겁지 않을 때까지, 안 뜨겁다면 뜨거워 질 때까지 뜸을 떠야 한다. 한 20장 정도 뜬다. 그리하면 왠만한 식중독이나 내장 계통의 통증은 거의 사라진다.

 

한 20분쯤 지나니 며늘애의 표정이 잠잠해지며 잠이 든 것같다.

그러는 동안에도 작은 손녀는 그 어미 곁에 앉아 손도 만지고 얼굴도 만지고 하며 떠날줄을 모른다.

하는 짓이 기특하기도하고 애처럽기도하다. 저 어린것이 뭘 알기에 저럴까?

제 어미의 고통을 거의 본능적으로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 들이는걸까.

이제 제법 말을 배워 온 집안을 시끄럽게 뛰어다니면서 온갖 저지레를 다 치는 놈에게서, 

저와 같은 행동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그에 비해 초등학교 1년생인 제 언니는 저만치 떨어져 앉아 걱정스레 쳐다만 보고 있는데.

 

이래서 자식없는 놈이 서럽다는 것인지. 잔잔한 감동이 인다.

자식의 어미에 대한 사랑, 본능적인 사랑이 아닌가?

어이구, 기특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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