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자본주의 버전 4.0

甘冥堂 2011. 8. 30. 17:02

소프트웨어 버전version처럼 진화단계에 따라 숫자를 붙일 때, 네 번째에 해당하는 자본주의라는 뜻이다.

자유방임의 고전자본주의(1.0)란 19세기 영국의 아담 스미스가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자본과 고용에 대한 통제권이 국가가 아니라 개인기업가에게 맡겨질 때 최적의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보이지 않는 손'이라 표현하고 있다.

 

1930년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수정자본주의(2.0) 는 제1차 세계대전과 1930년대의 대공황을 경험하면서 이 '보이지 않는 손'을 보다 좁은 영역에 국한시켜 더 많은 건설적인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소위 케인즈 경제학이다. 시장의 실패를 국가의 개입으로 해결해야한다는 것이 케인즈의 자유주의에 대한 해석이다. 그러나 1970년대에 이르러 전 세계에 걸친 높은 실업률, 인플레이션, 경기후퇴라는 악조건은 수요를 조정하고 완전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케인즈주의를 불신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다시 국가를 고전적 자유주의의 국가로 되돌리고 시장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게 되었다. 1970년대 말 시장의 자율을 강조했던 신자유주의(3.0) 가 바로 이것이다.

미국의 밀턴 프리드만 등은 시장적 해결책이 개인적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아담스미스의 시장주의를 계승했다.  프리드먼에게는 시장이야말로 자유를 유지하고 보호할 수 있는 기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신 자유주의는 2008년 가을 미국의 금융위기로 종을 쳤다고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는 주장한다.

 

자본주의 4.0은 신자유주의에 이어 등장한 자본주의를 말한다. 이는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강조하되 스마트한 정부와의 상호관계도 중시한다. 시장 참여자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다같이 행복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따뜻한 자본주의'이다.  

 

 

아나톨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4.0』은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해 “이론경제학과 정치이데올로기의 해로운 상호작용 때문에 비롯되었다.”라고 말한다.

정부가 간섭하지만 않으면 효율적인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고전학파(신 자유주의) 경제학의 이론적 가정은 정치선전의 형태로 타락했고, 시장근본주의 이데올로기를 부추겨 위기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란 이야기다.

즉 경제를 이해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정치와 경제, 정부와 시장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해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내용이다.

 

얼핏보면 케인즈식 자본주의와 프리드먼식 신 자유주의를 적절히 배합한 형태의 자본주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적절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경쟁은 자본주의 원동력이므로 혁신적 경쟁으로 파이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4.0은 개인의 이기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본주의가 사회적 공익과의 중심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즉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 정부의 '보이는 손'이 어디에서 접점을 찾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자본주의가 진화하려면 경제적 가치를 키우면서도 공동체의 가치를 얼마나 지향할 수 있느냐. 시장이 공평하고 정의로우냐의 문제도 따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시장은 청년층에게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경쟁을 유지하면서 시장이 공평하고 공정하게 작동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도, 청년 실업은 사회적 낙태와 같으므로  약자에게 기회를 주는 룰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즉, 청년실업은 사회적 낙태다. 구직자 청년들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살해 당하는 태아와 마찬가지로 사회에 나오지도 못한다. 자기를 대변해 주는 사람도 조직도 없다. 지금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누렸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영국 폭동에서 보듯 젊은이들이 꿈을 잃고 좌절한다면 그 체제는 안정될 수 없다.

자본주의가 3.0에서 4.0으로 진화하려면 세대 갈등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들인 두 교수가 조선일보와의 대담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시대에 따라 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이론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거대 담론이 과연 사회적 약자들에게 무슨 소용이 되랴마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 각자가 그야말로 '시장 참여자'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다 같이 행복'한 사회를 요구할 때, 국가는 이러한 국민의 요구를 그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의지있게 실천해야 '따뜻한 자본주의'가 꽃 피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