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젊은 친구들이 핸드폰으로 문자도 보내고 고스톱도 치고 할 때, 뭐 저런 것으로 시간을 보내나. 차라리 무가지 신문이라도 보지 하며 못마땅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요즈음은 스마트 폰, 아이패드 등으로 문자뿐 아니라 스마트 폰으로 검색도 하고 문서도 작성하는 것을 보고 IT의 발전 속도에 놀라곤 한다. 전철안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손에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가만이 있으면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잠시도 쉴 틈이 없이 두 엄지 손가락을 움직인다. 무아지경이다. 중독된 게 아닌가 걱정도 된다.
기억력이 희미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져 나이들어 체력의 한계가 왔나 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인터넷 때문이 아닐까? 어쩌다 짬이 나 책상에 앉으면, 앉자 마자 컴푸터를 켜고 무언가를 찾고 있다. 뉴스에서 주식에서 즐겨찾기에서 카페에서 블로그에서..별로 영양가도 없는, 나중에 보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인터넷를 뒤졌는지 자신도 모를 때가 많다.
이게 바로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트리는 원흉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핸드폰이 생긴 이후 전화번호를 외우는 일이 없어졌다. 지금은 집 전화 번호도 가물가물하다. 대신 1.2 .3...단축번호만 누르면 되니 얼마나 간단하냐?
구태여 필기나 요약을 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에 다 올라와 있으니 그걸 그냥 짜깁기만 하면 된다.
기억력이라는게 암기도 중요하지만 손을 움직여 글을 쓰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데,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읽지도 않지, 요약도 안하지,그러니 기억력이 떨어지는게 당연하지 아니한가?
미디어 학자 마셜 맥루한은 '도구에 의해 그 기능이 증폭되는 우리 신체의 일부분은 결국 마비될 뿐' 이라고
경고 했다는데.. 전에는 전화 번호, 집안 대소사 기일. 친구들의 생일 등등 자잘한 것까지 머리속에 기억하였지만 지금은 어디 그러한가? 컴퓨터 속에 저장되어 있으니 그걸 꺼내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우리 머리의 일부분은 이미 마비되어 버린게 아닌가 ?
디시 옛날로 돌아가 모든걸 읽고 쓰고 암기하는 고행의 길로 가는게, 우리 머리의 기능을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두뇌로 만드는데 좋기는 한데. 그게 좋기는 한데..
이미 대세는 기울어져 버린 것 같다. 재미있는 책 한권 읽으려 해도 엄청난 참을성을 필요로 하는데,
학술서나 교양서를 읽기란 거의 고문이 될 터이니, IT의 진화를 반겨야 하나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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