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공덕동은 고층빌딩들로 화려합니다.
사거리에서 보면 3면은 모두 빌딩숲을 이루고 있는데 오직 한 쪽만 옛날 그대로 입니다.
마포에서 시청쪽으로 가다보면 오른쪽 모퉁이가 수십 년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 일대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항상 궁금합니다.
꽃집 바로 뒷 골목.
옛날에는 야릇한 술집거리였는데. 지금은 희미한 자취만 남았습니다.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돈이 없어 시계를 맡기고, 다음날 찾으러 가면 또 술 한상 대접 받고.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벌써 몇십 년이 흘렀군요. ㅎ
마포 터줏대감. 최대포집.
아직도 건재합니다.
최대포집에서 만리동 쪽으로, 족발 골목을 지나, 전 골목
홍어집은 전 골목 안쪽에 있습니다.
주문한지 1분도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옵니다. 서민들이 먹기에는 아주 적당합니다.
홍어삼합에 먹걸리 한 잔. 최고의 안주입니다.
이런 시 한 수 읊으면 어떨까요?
홍어 / 이정록
욕쟁이 목포홍어집/ 마흔 넘은 큰아들/ 골수암 나이만도 십사년이다/ 양쪽 다리 세 번 톱질했다/
새우눈으로 웃는다//
개업한 지 십팔년하고 십년/ 막걸리는 끓어오르고 홍어는 삭는다/ 부글부글,을 벌써 배웅한/
저 늙은네는 곰삭은 젓갈이다//
겨우 세 번 갔을 뿐인데/ 단골 내 남자 왔다고 홍어좆을 내온다/
남세스럽게 잠자리에 이만한 게 없다며/ 꽃잎 한 점 넣어준다//
서른여섯 뜨건 젖가슴에/ 동사한 신랑 묻은 뒤로는/ 밤늦도록 홍어좆만 주물럭거렸다고/
만만한 게 홍어좆밖에 없었다고/ 얼음 막걸리를 젓는다//
얼어죽은 남편과 아픈 큰애와/ 박복한 이년을 합치면/ 그게 바로 내 인생의 삼합이라고//
우리집 큰놈은 이제/ 쓸모도 없는 거시기만 남았다고/ 두 다리보다도 그게 더 길다고/
막걸리 거품처럼 웃는다//
...
어떠세요? 좀 거시기 하지요?
세상 사는게 다 그렇답니다.
다음주에 중국여행 가는 회원을 위해 이곳에서 모였답니다.
막걸리. 먹을 땐 잘 모르지만, 마시고 나면 취하는 술.
좀 많이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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