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석 당시삼백수

150. 風雨 / 李商隱

甘冥堂 2024. 7. 5. 07:14

150. 風雨 / 李商隱

비바람

 

凄凉寳劍篇 (처량보검편) <보검편>을 읽고 나니 처량한데

羇泊欲窮年 (기박욕궁년) 유랑표박으로 한 평생이 끝나려 하네.

黄葉仍風雨 (황엽잉풍우) 누런 잎엔 여전히 비바람 몰아치고

青樓自管絃 (청루자관현) 부잣집 청루에서는 관현악 소리 들린다.

新知遭薄俗 (신지조박속) 새 친구를 만나자니 천박한 세속을 만날 것 같고

舊好隔良縁 (구호격양연) 옛 친구와는 좋은 인연이 막혀 있다.

心斷新豐酒 (심단신풍주) 신풍주 좋은 술 마실 생각은 단념했지만

銷愁斗幾千 (소수두기천) 근심을 잊는데 한 말 술값이 얼마나 될까.

 

 

이 시는 작자의 상처받은 신세와 유랑하는 신세를 개탄하고, 회재불우의 고민을 쓴 것으로

대력11(857) 강동을 유랑할 때 쓴 시이다.

 

<寳劍篇(보검편)>당나라 때 명장 郭震(곽진)이 지은 시. 보검이 먼지에 묻힌 것을 차용하여

才士가 영락하여 유랑하는 것에 비유하여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였다.

곽진은 어려서 부터 큰 뜻을 가졌고, 이를 전해들은 則天武后가 그를 불러 보고, 옛글을 다시 베끼도록 했다.

곽진이 이를 <보검편>으로 만들어 측천무후에게 올리니 그를 발탁승진 시켰다.

이 구절에서 시인 자신도 보검편을 지은 곽진에 못지않은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자부심이 깃들여져 있다.

 

羇泊(타향살이할 기, 배댈 박)정처 없이 떠돌다.

窮年(궁년)終年. 한평생을 다 보내다.

()더욱. 여전히.

青樓(청루)부자 집의 높은 다락. 고루. 이 두 구절은 자기는 비바람 속에 누런 잎 같이 표랑하는데

부호의 집은 오히려 가무와 쾌락 속에 있다.

 

新知(신지)새로이 사귄 친구. 薄俗(박속)천박한 세속.

舊好(구호)지난날 친구. 이 구절은 새로이 사귀는 친구가 세속의 비난을 당하고,

옛 친구도 좋던 인연이 막혀 관계가 멀어진다.

心斷(심단)절망과 같은 뜻. 가슴이 찢어진다. 극도로 슬프다.

 

新豐酒(신풍주)<新唐書. 馬周傳>馬周가 장안을 여행하며 신풍주점에 묵었었는데

주인이 냉담하게 대하니 홀로 술을 마셨다. 후에 마주가 당태종의 눈에 들어 감찰어사가 되었다.

이 구절이 말하는 것은 자기는 마주와 같은 행운을 결코 맞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斗幾千(두기천)王維<少年行>新豐美酒斗十千(신풍미주두십천)"이란 구가 있다.

술값이 엄청 귀하다는 말이다.

이 구절은 新豐美酒로 근심을 잊어버린다, 또 이 술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해설이 시는 작자가 스스로 마음 상하여 유랑표박하는 강개불평의 悲歌이다.

이 시는 理想時運의 모순을 썼으며, 비록 곽진과 같은 포부를 갖고 있더라도,

그와 같은 행운은 만날 수 없음을 썼다.

 

함연에서는 유랑신세의 인생에 대한 感受를 토로하였으며,

경련에서는 현실생활의 고립무원의 슬픔과 처량함을 썼다.

미련에서는 술을 빌어 근심을 씻고자 하나, 당나라 초기의 마주가 실의에 빠졌을 때,

신풍주점에서 냉대를 당하였으나

그 후 오히려 황제의 눈에 들어 고위층으로 발탁된 것과는 같을 수는 없음을 썼다.

 

시가 風雨로 시제를 삼고 凄凉으로 시작을 한 것은,

타향살이의 처량하고 고달픈 비바람이, 신세지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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