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던 시절 아버지는 가는 붓으로 ‘현고학생부군신위’ 라고 돌아가신 조상의 지방을 쓰고 그 앞에서 제사를 지냈다. 신이 찾아온다는 새벽 1시 경 상 앞에서 향을 피우고 술을 올리고 절을 했다. 가느다란 향 연기를 타고 머나먼 곳에서 조상의 영이 찾아와 음식을 드시는 것 같았다. 문을 조금 열어둔 채 우리는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고 조상이 흠향하시도록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아버지는 지방문을 태워 그 재를 날렸다. 거기 담겼던 조상이 다시 밤하늘로 훨훨 날아가는 것 같았다. 결혼을 하고 우리 가족은 크리스찬이 됐다. 부모 조상의 기일이 되면 꽃과 십자가를 상 위에 올려놓고 찬송을 하고 기도를 올렸다. 한식과 추석이 되면 공원묘지에 있는 할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아가 그 앞에 꽃을 놓고 기도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