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진. 먹는 얘기

여행 斷想

甘冥堂 2010. 8. 3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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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답답한 사람들 중 입을 닫고 사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면벽 수행하는 스님같은 고행자이거나 독방에 홀로 갇힌 중범자.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손 쿠루소....

무슨 영화에 나오던데.. 난파되어 섬에 떨어진 사람이 축구공에 사람 얼굴 그려 놓고

그것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장면도 있었지.

 

베트남에 와서 2개월이 되었지만 그들의 말을 배울 엄두가 안 나

반 벙어리로 여행을 하자니 여간 고통이 아니다.

다른것은 이렇게 저렇게 영어, 중국어 섞어가며, 또는 손짓 발짓으로 대충은 의사 소통은 되는데.

제일 곤란할 때가 음식점에서 주문할 때이다.

 

무얼 먹지?

얼큰한 국물, 따끈한 닭죽, 새끼돼지 삶은것, 연 밥, 월남 쌈, 전통요리....

특히 야시장에서의 맛있어 보이는 현지인들의 먹거리.

다른 사람이 먹는 것 손가락질해가며 'same same'  하면 다 통 하는데,

마땅한게 없으면 절대 난감. 

 

나 혼자야 무슨 걱정이랴마는 몇사람을 초대하여 같이 갔을때

그들이  내 입만 쳐다 보고 있을땐 정말 쪽팔려 죽을 지경이다.

괜히 애궂은 ' Tiger Beer..!"

맥주 한병 시켜놓고 주위를 살피며 시간을 끌어본다.

마지막 수단. 같이 일하는 현지 통역에게 전화를 걸어 '음식좀 적당하게 시켜줘" 하면 그나마 다행.

매번 그럴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어휴, 답답해.

.......

 

멀리서 보아도 한국사람을 어딘지 표가 난다.

머리 얼굴 생김새, 옷차림. 그리고 잘 생긴 외모.

여성의 경우 화장한 모습을 보면 거의 100% '한국인이다' 하고 알아 맞출수가 있다.

 

여행자들중에 이 더운 나라에서 넥타이는 뭐며, 긴팔 셔츠에 긴 바지, 구두는 또 뭔가?

땀 줄줄 흘리며 화장은 왜 그리 짙게하고 다니는지.

비가 쏟아지는데 선그라스는 왜 쓰고 다니는지...

그런 모습이 절대 보기 싫다고 하는건 아니다.

나름대로 예의있고 젊잖고, 문화 민족다운 품위도 있긴하다.

머리 풀어 산발하고 헐렁한 러닝셔츠에 반바지에 쓰리퍼 끌고 다니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그렇다는 얘기일뿐.

 

한번은 방콕의 여행자 거리 카오산 로드에서

우연히 한국인 목사와 만나 거리 구경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완전 히피 스타일의 여성이 가까이 오더니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그만 질겁을하고 뛰어 도망가던 장면이 생각난다.

 

짧은 배꼽 티(?) 에 가슴 꼭지가 보일둥 말둥- 아마 한쪽은 보였던 것 같다-.

반바지인지 속옷 팬티인지 찢어진 구멍 사이로 검은 터래기가 슬쩍슬쩍 보이면서

헝클어진 머리에 발가락 스리퍼에......

 

어이구, 저게 나라 망신 다 시키고 다니네.

저걸 잡아서 그냥 개 패듯 팰까 하다가 '놔 두어라 , 제멋에 사는것을...'

목사님이 암말 못하고 쯧쯧. 혀만  한 30 여분 차다가 그냥 헤어졌다.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여자애는 그래도 착한 애였던것 같다.

도리어 당당하게 노려보며 지나갔던들 어쩌겠는가?

옷이나 한벌 사 줄걸하는 아쉬움도 든다.

 

태국 카오산 보다 이곳 베트남 여행자 거리 데땀거리는 그래도 젊잖은 편이다.

이곳은 여행의 출발지 도착지의 구실이 더 많은 몫을 차지하니,

장기 숙박자가 그리 많지 않은 때문이다.

카오산은 완전 국제 거지들 총 집합소 답게 별의별 희안한 것들이 다 있다.

며칠에서 몇달씩 하릴없이 빌빌, 빈둥대는데에는 천국이니까.

말이 좋아 배낭여행이지 그게 순전히 거지 여행이나 진배없는 것이다.

 

....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거야. 그리 말하면 안되지.

왼갖 굴레에서 벗어나 자칭 자유인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배낭 여행자을 폄하해서는 안되지.

 

 

이젠 솔직이 배낭 여행은 집어 치우고 싶다.

배낭여행 다음 단계가 소위 트렁크 여행이라던데.

정장 차림에 바퀴 없는 - 반드시 바퀴가 없어야 한다고- 트렁크 하나 달랑 들고

예약된 호텔에 근사한 Bar 에, 고급 Spa ... 그리고  예약된 또 다른 여행지로..

전문 여행 코디네이터의 조언을 받으며...

   

    아저씨, 멋져 !

 

그러나 내 성질에 , 내 생전에는 그런 호사 여행은 못할 것 같다.

우선, 沒有錢.  쩐이 있어야지.

다음, 답답해서....  어찌 그리 정해진대로 계획에 맞춰 다닐 수 있는가?

머물고 싶으면 더 있다가, 가고 싶으면 당장에라도 보따리 짊어져야지...

 

집사람이,  맨날 싸구려 여행만 다니지 말고 품격있는 유럽 여행 좀 다녀 봅시다.

알았어.. 그러지 뭐.

내게도 준비해둔 바가 있지.

여행지에서는  절대 氣가 죽으면 안되잖아?

 

덕수궁 석조전 앞뜰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사진 한장 찍어.

' 응. 이거? 우리집 뒷간이야.'

 

이런 생구라 풀며 다닐 날 있겠지 뭐.

 

                덕수궁 석조전 1910년 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