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친구 - 그대도 저 달을 아시오?

甘冥堂 2011. 9. 8. 21:43

 벨 소리 한번 안 울리는 전화기가 너무 야속하여 집어 던져 버리고도 싶습니다.

그 흔한 스팸 메일 하나 없습니다. 추석도 다가오는데..

 

산악회에 가입하여 백두대간 종주나 할까 하고 여기저기 살펴보았으나 별로 마땅한 곳이 없군요.

더군다나 5060을 위한 산악회는 없는 것같고...

마침 전화가 오는 군요. "손가락이 부러졌어요?" 전화 한번 안 한다고 후배가 투정을 합니다.

 

일산 함초 오리집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단 둘이 술을 마시자니 웬지 허전하군요. 친구를 부릅니다.

또 다른 후배도 부릅니다. 온다 안 온다 한참 주접을 떨더니 하나 둘 나타납니다.

열사흘 달빛은 저 아파트 지붕위로 밝게 비추는데.

 

소주 막걸리가 돌아 갑니다.

세상 사는 얘기들. 사회 돌아가는 얘기. 사업 얘기, 그리고 생 구라 ..... 

맨날 하는 얘기가 그게 그거지요. 새삼스레 별 얘기가 있겠어요? 

저마다의  근황과 고민, 사업계획, 희망들을 얘기 합니다.

 

사우디 프로젝트. 나도 거기 좀 끼어 줘. 월급은 필요 없어. 숙식만 해결하면 돼..15년 백수의 하소연.

House Poor. 예의 그 엄살도 여전하고, 집이 몇 채씩이나 있는 놈이 무슨 엄살이람.

고통사고를 당하고 렌트 카를 몰고 나타난 친구가 그 좋아 하는 술도 한잔 못마시고 투정만 부리고... 

"보고 싶을때 보게 사진 한장 주세요" 했던 여인이 며칠전 돌연사 했다고, 세상일 알 수 없노라 하며

안타까워하는 노총각 후배.

 

그렇게 술자리도 끝나고 말았습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맥주 한잔, 아니면 노래방 어쩌구  했겠지만

오늘은 그냥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빛을 받으며 집으로 향합니다.

 

'그대도 저 달을 알고 있소?  차고 기울어 지는 것은 저 달과 같지만,

 끝내 아주 없어지지도 더 늘어나지도 않는다오.'

 

이를 읊은, 인생을 달관한 옛 시인이 부럽기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