唐詩 300首 飜譯

琵琶行并序 / 白居易

甘冥堂 2012. 12. 26. 00:21

 

琵琶行并序  /  白居易 


元和十年, 予左遷九江郡司馬.  원화 10년에, 나는 구강군 사마로 좌천되었다.

明年秋, 送客湓浦口,              다음해 가을 장강 분 나루에서 객을 보내는데,

聞舟中夜彈琵琶者.                배안에서 비파 뜯는 소리를 들었다.

聴其音, 錚錚然有京都聲.        그 소리를 듣자니, 쟁쟁하는 것이 장안에서 듣던 소리같았다.

問其人, 本長安娼女,              그  사람에게 물으니 그는 본래 장안의 기녀였으며,

嘗學琵琶於穆, 曹二善才.        일찍이 목, 조 두분의 재인으로부터 비파를 배웠다 한다.

年長色衰, 委身為賈人婦.        나이 들고 미색도 쇠잔해 지니, 몸을 맡겨 상인의 처가 되었다.

遂命酒使快彈數曲, 曲罷憫然.  마침내 주안상을 보게 하고 몇 곡을 뜯게 하였는데, 곡이 그치니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自敘少小時歡樂事,                 스스로 말하기를 어릴때 기쁘고 즐겁던 일과,

今漂淪憔悴, 轉徙於江湖間.      지금 파리하고 초라함에 빠져, 강호간을 전전하는 사연을 얘기한다.

予出官二年, 恬然自安;            나 역시 궁에서 나온 지  2년, 평온자적한 듯하나,

感斯人言, 是夕始覺有遷謫意.   이 사람의 말을 듣고 느낀바 있어, 이 저녁에 비로소 폄적된 감상이 인다.

因為長句歌以贈之,                 이로 인해 긴 노래 구절을 지어 그에게 주려고,

凡六百一十二言,                    612자를 지어

命曰<琵琶行>                       <비파행>이라 이름했다.

 

   
潯陽江頭夜送客,    심양강 가에서 밤에 객을 보내는데,

楓葉荻花秋瑟瑟.    단풍잎 억세꽃 가을바람에 소리가 난다.

主人下馬客在船,    주인은 말에서 내리고 객은 배에 올라,

舉酒欲飲無管絃.    술을 들어 마시려하나 음악이 없다.

醉不成歡慘將别,    취하지도 않으니 장차 이별하기 암담한데,

别時茫茫江浸月.    이별할 때 아득한 강에 달이 잠겼네.

忽聞水上琵琶聲,     홀연 들리는 물위에서의 비파소리에,

主人忘歸客不發.    주인은 돌아갈 것 잊고 객은 떠나지 못하네.

尋聲闇問彈者誰,     소리를 좆아 가만 누가 연주하나 물어보니,

琵琶聲停欲語遲.    비파소리 멈추는데 말하기를 꺼려하는 듯.

移船相近邀相見,    배를 옮겨 가까이 가서 서로 만나길 청하며,

添酒回燈重開宴.    술을 더하고 등을 밝혀 새로운 주안상을 본다.

千呼萬喚始出來,    천을 부르고 만번을 부르니 비로서 나타났는데,

猶抱琵琶半遮面.    여전히 비파를 안고 얼굴을 반쯤 가렸다.

轉軸撥弦三兩聲,    축을 돌리고 현을 튕기며 두어 번 소리를 내자,

未成曲調先有情.    곡조를 타지도 않았는데 먼저 정이 이네.

弦弦掩抑聲聲思,    줄마다 나는 낮고 시름겨운 소리가,

似訴平生不得志.    평생에 뜻을 못 이룬 것 호소하는 듯,

低眉信手續續彈,    이마 숙이고 손을 따라 타는 소리 이어져,

說盡心中無限事.    마음속에 무한한 사연 다 털어 놓네.

輕攏慢撚抹復挑,    가볍게 누르다가 천천히 문지르고 뜯다가 다시 튕기니,

初為霓裳後六么.    처음 예상우의곡 나중엔 육요.

大弦嘈嘈如急雨,     굵은 줄 소리는 주룩주룩 급한 비와 같고,

小弦切切如私語.     가는 줄은 귓속말 같이 절절하다.

嘈嘈切切錯雜彈,     주룩주룩 절절한 것이 여러 소리 뒤섞인 듯,

大珠小珠落玉盤.     큰 구슬 작은 구슬이 옥쟁반에 떨어지듯.

間關鶯語花底滑,     꾀꼬리 소리 꽃 아래로 미끄러지듯,

幽咽泉流水下灘.     깊은 흐느낌은 샘물이 여울밑을 흐르는듯.

水泉冷澁絃凝絶,     샘물이 찬것에 얼듯 비파줄은 뭉치고 끊어져,

凝絶不通聲暫歇.     뭉쳐서 끊어져  통하지 않아 소리가 잠시 멎는다.

别有幽愁闇恨生,     깊은 근심 별도로 있는데다 마음속의 한이 생기는데,

此時無聲勝有聲.     이때에 이르러 소리 없음이 소리 있음을 이기는 듯. 

銀缾乍破水漿迸,     은 두레박이 벼란간 터져 물이 들어오듯,

鐵騎突出刀鎗鳴.     철기병이 돌연 칼과 창을 울리는듯.

曲終收撥當心畫,     곡이 끝나고 채를 거두며 가운데서 한번 내리그으니,

四弦一聲如裂帛.     네가닥 줄이 한 소리로 비단이 찢어지는 듯.

東船西舫悄無言,     동쪽의 배 서쪽의 배 아무 말도 없이,

唯見江心秋月白.     오직 강심에 비추는 가을 달빛만 바라본다.

沈吟放撥挿弦中,     깊은 신음으로 비파줄 사이에 채를 끼우고,

整頓衣裳起斂容.    의상을 정돈하고 얼굴색을 바로 한다.

 

自言本是京城女,     스스로 말하기 본래 경성의 여자였으며,

家在蝦蟇陵下住.     집은 장안 남쪽 하마릉 아래 살았지요..

十三學得琵琶成,     열세 살에 비파를 배워 익혀,

名屬教坊第一部.     이름이 교방에서 제일이었지요.

曲罷曾教善才服,     곡이 끝나면 일찍이 스승들을 탄복케 했고,

粧成每被秋娘妬.     화장을 할 때면 무희들의 질투를 받았지요.

五陵年少爭纒頭,     오릉의 젊은 자제들 앞다투어 금박능라를 바쳤고,

一曲紅綃不知數.     비파 한곡에 홍색의 직물 수를 헤일 수 없었지요.

鈿頭銀箆擊節碎,     세공 비녀 은 빗은 박자를 쳐 깨뜨리고,

血色羅裙翻酒汙.     선홍색 비단 치마는 술 엎질러 더럽혔지요.

今年歡笑復明年,     금년 즐기며 웃으면 다음 해 다시오고,

秋月春風等閒度.     가을 달 봄 바람을 등한히 보냈지요. 

弟走從軍阿姨死,     형제들 군에 따라가고 엄마도 죽고,

暮去朝來顏色故.    저녁 가고 아침 오니 얼굴색 쇠해지고요.

門前冷落鞍馬稀,     문앞이 썰렁해지고 말 안장 드물어 지니,

老大嫁作商人婦.     늘그막에 시집 가 장사꾼의 부인이 되었지요.

商人重利輕别離,     장사꾼은 이익만 중하지 이별은 가벼이 여겨,

前月浮梁買茶去.    지난 달 부양으로 차를 사러 떠났지요.

去來江口守空船,     강가를 오고 가며 빈 배만 지키자니,

遶船明月江水寒.     배를 휘감은 밝은 달에 강물은 차가웠지요. 

夜深忽夢少年事,     밤이 깊어 홀연 어린 시절 일 꿈을 꾸니,

夢啼粧淚紅闌干.    꿈속에서도 울어 화장묻은 눈물이 낭자했지요.

 

我聞琵琶巳歎息,     나는 비파소리에 이미 탄식하였는데,

又聞此語重唧唧.     또 이 말을 들으니 쯧쯧 소리 더욱 깊어진다.

同是天涯淪落人,     똑 같은 천애 떠도는 신세되어,

相逢何必曾相識.     서로 만났으니 일찍이 알았던 사이일 필요가 뭐 있겠나. 

我從去年辭帝京,     나는 지난해부터 서울 황제께 사직하고,

謫居卧病潯陽城.     심양성으로 귀양 가 병들어 누었는데.

潯陽地僻無音樂,     심양땅은 벽촌이라 음악이 없어,

終嵗不聞絲竹聲.     일년내내 현악 관악 소리 듣지 못햇네.

住近湓江地低濕,     사는 근처 분강 땅은 낮고 습해,

黄蘆苦竹遶宅生.     누런 갈대와 왕죽이 집을 두르고 있다네.

其間旦暮聞何物,     거기서 아침 저녁 무슨 소리 들리겠나,

杜鵑啼血猿哀鳴.     두견새 피토하듯 울고 원숭이 슬피 운다네.

春江花朝秋月夜,     봄 강의 꽃피는 아침과 가을 달밤에,

往往取酒還獨傾.     가끔 술병 잡고 또 혼자 기울인다네.

豈無山歌與村笛,     어찌 산의 노래와 촌의 피리 소리가 없겠는가.

嘔啞嘲哳難為聴.     시끄럽고 어지러워 듣기가 어렵다네.

今夜聞君琵琶語,     오늘밤 그대의 비파소리 듣으니,

如聴仙樂耳暫明.     신선의 음악 듣는 듯하여 귀가 잠시 맑아졌다네.

莫辭更坐彈一曲,     사양 마시고 다시 앉아 한 곡 타 준다면,

為君翻作琵琶行.     그대를 위해 <비파행>을 짓겠소.

感我此言良久立,     나의 이 말에 감동 받아 한참 서 있더니,

却坐促弦弦轉急.     도로 앉아 현을 조이자 현이 팽팽해진다.

凄凄不似向前聲,     처량한 것이 방금 전의 소리와 같지 않으니,

滿座重聞皆掩泣.     가득 앉아 있는 이들 다시 듣고 모두 얼굴 가리며 운다.

座中泣下誰最多,     좌중에 누가 눈물을 제일 많이 흘렸는가?

江州司馬青衫濕.     강주사마 푸른적삼이 축축하게 젖었다.

 

 

潯陽江頭: 강서성 구강시 일재를 지나가는 장강을 심양강이라고 한다. '두'는 강가를 뜻한다. 荻花(적화): 갈대 꽃. 慘(참): 슬프다.  尋聲(심성): 비파소리를 찾아가다. 闇問(암문): 조용히 묻다.  欲語遲: 말을 할 듯 말 듯 머뭇거리다.  千呼萬喚: 천 번 만 번 부르다.  遮面(차면): 얼굴을 가리다.  轉軸(전축): 비파의 상단에 현을 묶어 놓은 네 개의 축이 있어서 이것을 돌리며 현의 소리를 조율한다. 撥弦(발현): 줄을 튕기다.

掩抑(엄억): 소리가 나직하고 묵직하다. 低眉: 눈썹을 아래로 떨구다. 信手: 손이 가는대로 맡기다. 

 

攏(농): 왼손으로 줄을 가볍게 누르는 것. 撚(연): 왼손으로 비비며 문지르는 것. 抹: 오른손으로 왼쪽을 향해 현을 뜯는 것. 挑(조): 오른손으로 오른쪽을 향해 현을 튕기는 것. 霓裳(예상): 예상우의곡. 서역의 무곡을 바탕으로 당 현종이 지었다는 악곡으로 현종이 월궁으로 가서 선녀를 만난 신화를 묘사했다. 六么(육요): 당대에 서역에서 전해온 敎坊大曲의 이름. 본래 비파곡으로 그 리듬이 변화무상하다.  大弦: 저음을 내는 굵은 줄. 嘈嘈(조조):  무겁고 웅장한 소리를 묘사하는 말. 小弦: 고음을 내는 가는 줄. 切切: 빠르고 경쾌한 소리를 형용하는 말. 

 

間關(간관): 꾀꼬리의 울음소리. 幽咽(유열):나지막하게 흐느끼다. 흔히 막혀서 잘 내려가지 못하는 물소리를 비유하는데 쓰인다.  冷澁(냉삽): 막혀서 순조롭지 않다. 물이 얼어붙어서 잘 안 흐른다는 뜻이다. 凝絶(응절): 얼어붙어서 끊어지다. 비파소리가 잠시 정지되었다는 뜻이다.  幽愁: 깊은 시름. 闇恨: 남 모르는 한. 乍(사): 갑자기. 水漿(수장): 마실 것을 가리킨다.. 迸(병): 마구 쏟아져 흘러나오다.  刀鎗鳴(도창명): 칼과 창이 맞부딪쳐서 소리를 낸다. 收撥(수발): 채를 거두다. 當心畫(당심획): 비파의 가운데 부분에서 한 번 내리긋다. 연주를 마치는 동작이다.  悄無言(초무언): 말없이 조용하다.  沈吟(심음): 깊이 생각하다. 挿弦中(삽현중): 채를 비파중 사이에 끼워 놓다. 斂容(염용): 표정과 용모를 추스리다.

 

 

蝦蟇陵(하마릉): 장안 동남쪽의 곡강 부근으로 당시에는 술집과 기녀들이 많이 모여 있던 곳이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漢 董仲舒의 묘가 있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말에서 내려 예를 표했기 때문에 下馬陵이라고 불렸는데 이후 하마릉으로 와전되었다고 한다.  教坊(교방): 당나라때 음악을 관장하고 악공과 가기를 훈련시키던 기구.  善才: 뛰어난 재주꾼. 유명한 비파 연주자를 가리킨다. 服: 탄복하다. 秋娘;당 시대의 무희들. 纒頭(전두):노래나 춤 따위가 끝난 뒤 기녀들에게 상으로 주던 비단이나 재물.  紅綃: 붉은 비단. 

 

鈿頭銀箆(전두은비): 꽃무늬가 상감되어 있는 은제 빗. 箆: 참빗 비.  鈿:비녀 전. 擊節碎(벽절쇄): 박자를 맞추느라 두들기다가 부서지다.  血色: 선홍색. 羅裙(나군): 비단 치마. 翻酒汙(번주오): 술을 엎질러 더럽히다.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을 하며 보냈음을 뜻한다.  等閒: 등한히. 생각없이 아무렇게나. 度: 보내다. 渡와 같다. 阿姨(아이): 첩실 소생의 자녀가 생모를 일컫던 말.  老大: 늙다. 浮梁(부량): 지금의 강서성 부량현. 당시 차의 집산지였다.  遶船(요선): 배 주위를 맴돌다. 夢啼(몽제): 꿈속에서 울다. 粧淚(장루): 연지와 분으로 화장한 얼굴을 타고 내리는 눈물. 紅闌干(홍난간): 붉은 연지에 물든 눈물이 종횡으로 마구 흐르다.

 

唧唧(즉즉): 탄식하는 소리.  天涯: 하늘가. 장안에서 멀리 떨어진 구강을 가리킨다. 淪落(윤락): 떠돌아다니다.  地僻(지벽): 땅이 외지다.

終嵗: 1년 내내. 絲竹聲(사죽성): 현악기와 관악의 소리. 즉 음악소리. 湓江(분강): 강서성 서창현체서 발원하여 장강으로 흘러드는 장강의 한 지류.  苦竹: 고죽 왕대, 죽순에 쓴 맛이 있어 고죽이라 했다.  其間: 그 속에서. 시인이 거주하고 있는 집 주위를 가리킨다. 旦暮(단모): 아침과 저녁.  杜鵑啼血(두견제혈): 두견새가 울다가 피를 토하다. 猿哀鳴(원애명): 원숭이가 슬피 우는 소리. 

 

山歌: 민가. 길이가 짧고 곡조가 질박하며 리즘이 자유로운 편으로 남방사람들이 산이나 들에서 일할 때 많이 부르던 노래. 교방의 음악과 대조를 이룬다. 村笛:시골 마을의 피리 소리.  嘔啞(구아): 옹알 거리다.  嘲哳(조찰): 소리가 조잡하여 알아듣기 어렵다. 莫辭: 사양하지 말라.  翻作(번작): 비파곡을 <비파행>시로 바꾸어 짓는다는 뜻이다.  良久: 한참 동안.  却坐: 되돌아가서 다시 원래의 자리에 앉다. 促弦: 현을 조여서 단단하게 만들다.   弦轉急(현전급): 현이 촉급하게 되다. 소리가 높아졌다는 말이다.  向前: 방금. 아까.  掩泣(엄읍): 얼굴을 가리고 울다.

江州司馬青衫:당시에 8,9품 문관들은 청의를 입었다. 백거이는 강주사마로 폄적되어, 품급은 제일 낮은 9품 장사랑이었으므로 청의를 입었다.

 

 

이 시는 백거이가 강주사마로 좌천된 이듬해인 원화11년(816) 가을에 지은 장편 서사시다. 비파 타는 여인의 기구한 삶을 통해 좌천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자신의 비애를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한편, 시인은 여기에서 비파타는 여인의 형상을 묘사하면서, 본건사회에서 모욕 받고 손해 보는 예인들의 비참한 운명을 반영하였으며, '同是天涯淪落人'의 감정을 잘 서술하였다. 천고에 절창되는 작품이다.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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