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7 2

뒤란의 歲寒圖

뒤란에 옮겨 심은 소나무, 대나무가 눈비 내리는 찬 겨울을 잘 견딜까 걱정이구나. 지난 12월에 심었으니 아직 뿌리도 안 내렸을 텐데, 더구나 진흙 토질인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어젯밤 제법 많은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다. 영하의 기온이라 쌓인 눈도 꽁꽁 얼어붙었다. 마당에 눈을 쓸어도 잘 치워지지도 않는다. 소나무, 대나무에도 눈이 덮혔다. 아직 어린 나무라 눈 쌓인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예뻐 보이기는 하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알 수 있다.” 子曰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也. (자왈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이 겨울이 지나봐야 늦게 시드는지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숱한 수종 중에 왜 벌레 끼는 소나무, 대나무를 ..

눈 기증자

29살 총각인 나는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난 그 날도 평소처럼 집 앞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는데 그만 시속 80km로 달리는 차를 못보고 차와 부딪혀 중상을 입었다. 난 응급실에 실려 갔고, 기적적으로 생명만은 건졌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는 동시에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시력을 잃었던 것이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절망했고, 결국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아홉 살 밖에 안 되는 소녀였다. "아저씨! 아저씨는 여긴 왜 왔어?" "야! 꼬마야! 아저씨 귀찮으니까 저리 가서 놀아." "아.. 아저씨! 왜 그렇게 눈에 붕대를 감고 있어? 꼭 미이라 같다." "야! 이 꼬마가.. 정말 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