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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

낯설게하기란 문학용어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문학이란 무엇인가 설명하기위해 도입한 개념으로, 문학은 낯익은 것(언어,감정,풍경, 사고 등)을 새삼스럽게 만든다는 얘기다. 예로,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리나'의 귀 묘사 부분이다. 여주인공 안나가 기차역에 남편을 마중나갔다가, 남편이 기차에서 내린 순간 그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이 남편의 귀. 그런데 그 귀가 영 낯설다. 그녀는 생각한다. '아니, 저 사람 귀가 왜 저런 거야?' 안나 키레리나의 경우, 남편 귀의 낯섦은 부부관계의 낯섦을 의미한다. 여행길에 마주친 멋진 장교와 열정의 싹을 틔운 그녀에게 남편은 육체적으로 이미 타인이 되어버렸다. 애초에 남편을 사랑하지도 않았던 터, 혐오스러운 귀는 그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그러나 분명히, 깨닫게 ..

獨笑

獨笑 홀로 웃다 조선 정조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茶山丁若鏞.1762~1836) 선생께서 1804년 유배지 강진에서 쓰셨다는 시조 '독소(獨笑)'입니다. 250여 년 전의 사회풍자 내용이지만 지금의 세태를 보는 것 같군요. ♡獨笑 有粟無人食 (유속무인식): 살림이 넉넉하여 양식 많은 집엔 자식이 귀하고 多男必患飢 (다남필환기): 자식이 많은 집엔 가난하여 굶주림이 있다 達官必憃愚 (달관필창우): 높은 벼슬아치는 꼭 멍청하고 才者無所施 (재자무소시): 재주 있는 인재는 재주 펼 길 없다. 家室少完福 (가실소완복): 집안에 완전한 복(福)을 갖춘 집 드물고 至道常陵遲 (지도상능지): 지극한 도(道)는 항상 쇠퇴하기 마련이다 翁嗇子每蕩 (옹색자매탕): 부모가 절약하여 재산을 모으면 자식들은 방탕하고 婦慧郎必癡..

라면

라면의 환갑 날을 맞으며ᆢ 라면은 1963년 9월 15일 태어났습니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아 한국 사람들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던 1961년 어느날 삼양식품(주) 전중윤 사장은 남대문시장을 지나다 배고픈 사람들이 한 그릇에 5원하는 꿀꿀이죽을 사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봅니다. 전 사장은 "저 사람들에게 싸고 배부른 음식을 먹게 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 일본에서 라면을 제조하는기술을 들여옵니다. 하지만 외화가 없고 국교가 단절됐던 때라 라면을제조하는 시설을 들여오기는 하늘에 별따기 였습니다. 정부가 가진 달러를 민간이 원화로 사던 시절, 한 라인에 6만 달러인 라면 제조 시설을 수입하기엔 전 사장도 돈이 부족 했고 가난한 정부도 옹색하긴 마찬가지 였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전 사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