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는 북한산 처사가친구들 앉혀놓고 무더운 여름 나기에 대한 구라를 푼다.첫째. 점심 먹고 낮잠 자기둘째. 컴퓨터 앞에 앉아 호작질하기셋째. 가지도 않을 여행계획 짜기넷째. 친구들 꼬셔내어 술 먹을 궁리다섯째. 꽃밭에 물 주고 잡초 뽑기여섯째. 멍때리며 문간 위를 들고 나는 제비 보기일곱째. 건너방에 앉아 옛날 시서화(詩書畵) 뒤적이기여덟째. 지난날 또는 앞날을 손꼽아 헤어보기. 감히 다산의 消暑八事(소서팔사)와 비교할 바 아니지만그래도 나름대로의 더위 쫓는 방법이니 뭐라 하기도 민망하다.제일 웃기는 건, 지난날 앞날에 무엇을 했고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길래그것들을 손꼽아 헤어본다는 것인가?지난날은 후회 덩어리요앞날은 '뻔할 뻔자'인데어찌하여 이 더운 여름에 그딴 것들을 헤어 보는지 이해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