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맛있게 해주는 책의 효능
나는 어려서부터 우유가 맞지 않았다. 마시기만 하면 배탈이 나는 통에 학교에서 나눠주는 우유도 못 먹었다. 그랬던 내가 카페라테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난 후부터였다. 노인 산티아고가 바다에 나가 큰 물고기와 전쟁을 치른 후 상처투성이로 돌아왔을 때, 소년 마놀린이 노인에게 가져다준 그 커피. 지쳐 쓰러진 노인의 피투성이 손을 잡고 울음을 터뜨리며 우유와 설탕 듬뿍 넣은 커피를 들고 달려가는 소년의 마음.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도, 그 부드러운 커피 맛이 내 입안에 진하게 감돌았다. 바다 위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던 노인은 이미 나였으므로, 따끈한 그 커피도 내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카페라테를 마실 때마다 산티아고가 되었고, 유당불내증이 의심되던 체질 역시 어느샌가 바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