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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씹는 맛

예식장에서 혼주와 인사를 하고 방문자 명단에 이름을 쓰고 축의금 봉투를 건네니 식권을 준다. 식당 계단을 내려가는데 마침 동네분들을 만났다. 함께 어울려 식권을 내니 나는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고 안내를 한다. "왜? 이분들과 일행인데..!" 그러나 식권의 표시가 달랐다. "다시 올라가셔서 확인하고 오세요." 다시 예식장 입구로 가니, 내가 접수했던 곳은 이미 철수를 해서 아무도 없었다. 안내하는 분에게 사정을 얘기하니 한참이 지나서야 접수를 맡았던 분이 나타났다. 겨우겨우 취소를 하고 본 혼주를 찾아가서 다시 접수를 하니 그제서야 친구들과 같은 모양의 식권을 준다. 그 식권을 내밀고 겨우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는데 밥맛이 꼭 '쥐 씹는' 맛이었다. 그 쥐도 살아있는 게 아닌 '썩은 쥐' 맛이었다. "이거..

折花行

折花行 [절화행] / 이규보 꽃을 꺾은 노래 牡丹含露眞珠顆 [모란함로진주과] :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 꽃을 美人折得窓前過 [미인절득창전과] : 새악씨가 꺽어 들고 창 앞을 지나다가 含笑問檀郞 [함소문단랑] : 함 빡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花强妾貌强 [화강첩모강] : 꽃이 예쁜가요 ? 제가 예쁜가요 ? 檀郞故相戱 [단랑고상희] : 신랑이 짐 짓 장난 치면서.... 强道花枝好 [강도화지호] : 꽃 가지가 더 좋아 보이누만 美人妬花勝 [미인투화승] : 새아씨는 꽃이 예쁘단 말에 토라져 踏破花枝道 [답파화지도] : 꽃 가지를 길에 밟아 뭉개고 花若勝於妾 [화약승어첩] : 꽃이 저보다 예쁘거든 今宵花同宿 [금소하동숙] : 오늘 밤은 꽃 하고 주무세여 흥 !

고양 꽃박람회

일산 호수공원 매년 열리는 꽃박람회.매년 봐서 그런지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하지만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지자체에 감사한다.일산에 사는 죄(?)로 친구들을 모셨다.친구들이 모였으니입에서 뿜어내는 비단 같은 말, '구라'가 없을 수 없다.이런 싯귀가 있었지.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사랑은 불타도 연기가 없더라.저 수많은 꽃들이 피었어도 어디 시끄럽더냐?옛사랑이 다시 살아나도 어디 연기가 나더냐?전시장 밖 야외에서 꽃구경을 하며문득 생각이 난다전화를 거니 한참만에 받는다."오랜만이오. 잘 있었오?"저쪽에서도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어머, 안녕하셨어요?""꽃박람회에 오니 생각이 나서 전화했오."간단한 몇 마디가 전부였다.이렇게 서로 통화를 해본 지가 벌써 일 년이 지났네 그..

18세 순이

작사, 작곡, 노래 : 나훈아 살구 꽃이 필 때면 돌아온다던 내 사랑 순이는 돌아올 줄 모르고 서쪽 하늘 문 틈새로 새어드는 바람에 떨어진 꽃 냄새가 나를 울리네 가야 해~ 가야 해~ 나는 가야 해~ 순이 찾아 가야 해~ 가야 해~ 가야 해~ 나는 가야 해~ 순이 찾아 가야 해~ 음~~~ 누가 이런 사람을 본 적 있나요 나이는 십팔 세 이름은 순이 누가 이런 사람을 본 적 있나요 나이는 73세 이름은 괴테. 이제 살구꽃도 지고 떨어진 꽃냄새도 나지않고... 18세 소녀가 칠십 넘은 노땅을 찾을 리 없지만 제풀에 겨워, 한잔 술에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

​판소리 및 산조에서는 가곡이나 풍류와 비슷한 선율에 대한 명칭이 ‘호령제’·‘시조목’ 등 여러 말로 불리다가, 조선 말기에 가곡의 조이름인 우조와 계면조(界面調)를 빌려 쓰면서 가곡·풍류와 비슷한 선율을 우조(羽調)라 부르고, 육자배기·남도무가(南道巫歌)·시나위와 비슷한 선율을 계면조라 불렀다. 그 뒤에 정가(正歌)에 쓰이는 평조(平調)의 용어를 빌려오면서 판소리와 산조에서 우조는 다시 우조대목과 평조대목으로 구분되었다. 판소리와 산조에서 우조와 평조의 음악적 특징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있다. 흔히 진양대목에서는 처음에 우조대목이 주로 나오고, 이어서 평조대목이 따라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중모리와 중중모리에서는 평조대목이 주가 되고, 자진모리에서는 우조대목이 주가 된다. 우조대목의 선율구성은..

음악 2024.05.10

텐트 밖은 온통 숲

텐트 밖은 온통 숲   국립자연휴양림 캠핑장 새단장 완료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본격적인 캠핑철을 맞아 전국 국립자연휴양림내 야영장 시설과 경관을 한결 편리하고 깔끔하게 꾸몄다고 24년 5월 9일 밝혔다.   국립자연휴양림 캠핑장은 대부분 깊은 산 속에 자리하고 있어 나무 그늘에서 쾌적한 휴식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편의시설과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① 충남 서천 희리산 해송자연휴양림은 야영장이 천연 해송 숲 속에 있어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와 테라핀이 스트레스를 완화해준다.   ② 전북 무주의 덕유산 자연휴양림 야영장은 아름드리 잣나무가 숲 속 천연 그늘막을 이루고 있는데다 1931년 심은 독일가문비나무 숲 길이 있어 휴양과 산책에 안성맞춤이다.   ③ 경북 영덕의 칠보산..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 윤동주(1917~1945, 북간도 명동촌) 季節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헤일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來日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靑春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憧憬과 별 하나에 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小學校 때 冊床을 같이 햇든 아이들의 일흠과 佩, 鏡, 玉 이런 異國少女들의 일흠과, 벌써 애기 어마니 된 계집애들의 일흠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일흠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푸랑시스·짬」 「라이..

원악도(遠惡島)

55세에 유배 당한 추사… 절대고독 속 ‘세한도’가 탄생했다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를 보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가 뜻밖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작품 탄생 180주년을 맞아 오랜만에 공개되었다는 사실보다 내가 주목한 건 59세라는 작품 당시 추사의 나이였다. 마침 퇴직 예정자를 위한 제주도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으니 둘 사이의 동질감을 발견한 것이다. 직장인들은 대개 ‘세 가지 파도’를 동시에 맞는다. 정년퇴직, 몸과 정신이 지쳐있는 번아웃, 환갑의 삼각파도다. 퇴직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추사의 제주도 유배길은 통찰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명문 가문 출신에다 총명함으로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추사에게 일생일대의 고난이 닥친 것은 그의 나이 5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