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時代 선비들에게는
“思齋(사재)처럼 먹고 乖崖(괴애)처럼 자라”는 말이 있었으니
思齋는 我田雖不饒 一飽則有餘(아전수불요 일포즉유여)로 살았고,
乖崖는 쥐 보다는 빨리 일어날 수 없어도, 소 보다는 늦게 일어날 수 없다하여
平生 丑時(01~03시)에 起床(기상) 하였다 한다.
2시~3시면 눈이 떠진다.
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인지, 나이 들어 잠이 없어졌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괜히 일어나 베란다 화초도 한번 들여다보고, 물도 한 모금 마시고
거실에서 왔다 갔다 하다가 다시 침대로 들어간다.
잠이 올 리 있나? 두어 시간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면 6시쯤 일어나게 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이런 일이 반복된다.
이게 싫다는 게 아니라,
그냥 5시까지 만이라도 계속 잠들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조선시대 괴애(乖崖)처럼 일찍 일어나 할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컴퓨터를 켜고 싶어도 눈이 아파 망설여지고
이럴진대 책을 읽을 수야 있겠나?
망상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것도 아무 쓸데없는 공상들이다.
요즘은 저녁에 잠을 잘 때도 현관문을 잠그지 않는다.
혹시 도둑이 들면 어쩌지?
그러나 그럴 염려는 없다. 도둑이 들어와도 뭐 집어갈 게 있어야지.
텔레비전, 핸드폰이나 집어 갈까?
장대를 휘둘러도 걸리는 거 하나 없는 휑한 집안에 무엇을 탐내겠는가?
아무 쓸모없는 노땅의 몸뚱아리가 필요할 리는 없을 테고...
우리나라에서 일 년에 孤獨死가 4~5천 명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혼자 살다 죽는다는 게 어쩌면 자식들에게 짐이 안 돼 좋을 수도 있겠네만
그래도 사람의 일생이 그렇게 쓸쓸하면 안 되지 않겠나?
홀로 죽은 지 몇 주, 심지어 몇 달 만에 발견될 수도 있는 ‘고독사’
문을 잠그지 않고 자면, 설사 고독사를 하더라도 금새 발견될 게 아닌가?
문을 부수지 않아도 되고...
이런 생각도 문을 잠그지 않고 자는 이유다.
이것도 ‘나혼산’이 가져온 현실이자 망상이다.
나 홀로 사는데 꺼릴 것이 뭐있나?
쥐뿔도 없으니 그렇게 편하다는 것이다.
하기야 쥐에 무슨 놈의 ‘뿔’이 있을까마는...
허. 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괜한 헷소리를 하고 있네 그려.
곡조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