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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없는 눈에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

"얼굴 주름을 얻는데 평생이 걸렸습니다." 이탈리아 영화배우 안나 마냐니(1908-1973)가 나이 들어 사진을 찍을 때사진사에게 한 말이다.사진 찍기 전 그녀는 걱정스런 얼굴로 사진사에게 이렇게 부탁했다."사진사 양반. 절대 내 주름살을 수정하지 마세요.그걸 얻는데 평생이 걸렸거든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에 형언할 수 없는 그 어떤 신선한 충격이 지나갔다.내가 만난 분들 중 꿈을 이룬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를 숨기지 않았다.주름이든, 상처든, 백발 성성한 은발이든.그 모든 것에 자신이 치열하게 살아온 모든 기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꿈을 가진 사람만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꿈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인생은 운동하지 않는 운동선수와 같다고 하는그 말의 참뜻을 이 나이..

국화는 지려하고

傲霜孤節(오상고절)서릿발 추위에도 굴하지 않는 외로운 절개季秋之月百草死 (계추지월백초사):늦가을에 모든 풀이 시들었는데庭前甘菊凌霜開 (정전감국능상개):뜰앞에 감국이 서리를 능멸하고 피었다. 서리 내려 비 맞은 국화.화려함은 가고 하늘을 향하던 당당함은 사라지고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不是花中偏愛菊 (불시화중편애국):꽃 중에서 국화만을 유별나게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此花開盡更無花 (차화개진갱무화):이 꽃이 다 피고 나면 다시 필 꽃이 없으니... 함박눈을 뒤집어 쓰고도노란 花色은 여전하다.국화(菊花)는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하니,이는 서릿발이 심한 속에서도 굴하지 아니하고 외로이 지키는 절개의 꽃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송(宋)나라 주렴계(周濂溪)는 국화를 꽃 중의 은일(隱逸)이라 하였다.국화가 다..

나그네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에는 세 가지 아치로 된 문이 있다.첫번째 문은 장미꽃이 새겨져 있는데 “모든 즐거움은 잠깐이다.” 라는 글귀가 있고, 두번 째 문은 십자가가 새겨졌는데 “모든 고통도 잠깐이다.”라고 쓰여 있고, 세번째 문에는“오직 중요한 것은 영원한 것이다.” 라고 쓰여져 있다고 한다. 터키 사람들은 고난과 슬픔을 당한 사람에게 인사할 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빨리 지나가기 바랍니다.”인생은 나그네와 같아서 괴로움이나 즐거움이나 눈깜박 할 사이에 지나 간다.성서(聖書) 전체를 보면 인생을 “나그네와 행인(行人)”이라고 했다.아브라함도 “나그네”라고 했고, 야곱도 “나그네”라고 했다. 인생이 나그네와 같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인생은 이 세상에서 나그네처럼 살다가 떠나간다는 뜻일 것이다. 인생은..

精舍 / 朱熹

精舍 (정사) / 朱熹(주희) - 정사에서 은거 생활의 정취를 읊다 -琴書四十年 (금서사십년)거문고와 서책으로 보낸 마흔 해幾作山中客 (기작산중객)몇 번이나 산중의 나그네 되었나一日茅棟成 (일일모동성)어느 날엔가 초가 하나 지었더니居然我泉石 (거연아천석)생각 밖에 나의 자연이 되었노라정사(精舍)는 수행이나 학업에 힘쓰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원(書院)·서당(書堂)과 더불어 조선시대 사학(私學)의 하나였다.금서(琴書)는 거문고와 책을 뜻하며, 이는 문인아사(文人雅士)들이 청고한 생활을 할 때 벗하는 필수 도구이다.모동(茅棟)은 띠풀로 지붕을 인 집을 가리키며, 여기선 무이정사 내의 인지당(仁智堂)을 가리킨다.천석(泉石)은 물과 돌이 어우러진 자연의 경치를 가리키며, 범범하게 ..

헌옷 기부

헌 옷을 기부한다고 아들이 입던 양복 6벌을 베란다에 쌓아놓았다.내가  보기엔 멀쩡한 것 같은데 아들은 너무 오래되고 낡아 못 입는다는 것이다.좀 아까운 생각이 들어 바지 하나를 입어봤다.신장 차이가 나니 길이만 좀 길뿐시골에서 입고 작업하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을 것 같다.마누라도  입을만하다고 한다.이리하여 순식간에 바지 6개가 생겼다.길거리에서 파는 옷보다 한결 품위(?)도 있어 보이고 재질도 그럴듯하여 만족스럽다.마누라 일만 남았다.바지 길이를 치수에 맞게 잘라 꿰매는 일도 만만치 않다.수선집에 맡기면 3~4만 원은 들어야 하는데헌 옷에 그만한 비용을 들이기에는 너무 돈이 아깝단다.내 키만 좀 컸으면 윗도리도 입을 텐데, 아쉽다.헌옷 기부. 아주 적합한 곳에 기부를 잘한 것 같다.옷을 입어보며 이..

인연

우연으로 시작된 우리의 인연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당신을 만났다는 것이 신기하지만찾아 낸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더 신비로운 일입니다. 한 번도 만난 일 없고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당신이 기다려 준 사람처럼내앞에 서 있다는사실이 모든 게 우연일까요? 수 많은 사람들이오고 가는 길 위에서우리가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맺어준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할 수 없는인연들도 많고 많은데우린 행운아인가 봅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찾아 낸 당신의 미소는먼 곳에 있어도 느낄 수가 있고이제 함께 가는 길 위에서나란히 걸어가는 연습으로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언제나 먼발치의 그리움으로내 눈 속에 다 담을 수 없었던그리움이 내 앞에 있어이제까지 그 누구에게도보일 수 없..

어이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할 수 없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워서 난리드만으슬으슬 추워지니 양지쪽만 찾는다.양지쪽에 앉아 차 한잔 마신다.새벽에 일어나 마루에 나오면 실내 온도가 15도 미만. 밖은 영하로 떨어졌다.그렇다고 보일러를 틀기도 그렇고작은 전기난로에 손이나 녹인다.小雪 지난 지가 며칠 안 되었는데 이젠 본격적인 겨울을 맞이해야 할 때다.나혼산 4년째. 이젠 제법 익숙하다.친구가 걱정을 한다.자기는 마누라가 하루만 집을 비워도 밥도 못 차려먹는데 너는 그게 가능하냐?너도 지금부터 연습을 해.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고, 세탁도 하고...친구가 어이없어한다.너. '어이'가 뭔지 아냐?어떻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좋거나 정도가 높다는 말이야. 네 마누라를 아주 가깝게 부를 때도 쓰곤 하..

그리움에도 나이가 있답니다

그리움도 꼬박꼬박 나이를 먹거든요.그래서 우리들 마음 안에는나이만큼 켜켜이 그리움이 쌓여 있어요. 그리움은 나이만큼 오는 거예요.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산들거리며 다가서는 바람의 노래 속에도 애틋한 그리움이 스며 있어요. 내 사랑하는 이는내가 그리도 간절히 사랑했던 그 사람은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그 사람도 나를 이만큼 그리워하고 있을까요? 내가 그리움의 나이를 먹은 만큼나이만큼 그리움이 온다.그 사람도 그리움의 나이테를동글동글 끌어안고 있겠지요.조심스레 한 걸음 다가서며그 사람에게 묻고 싶어요. 당신도 지금 내가 그리운가요?'스쳐가는 바람의 소맷자락에내 소식을 전합니다. 나는 잘 있어요이렇게 당신을 그리워하며...'                             - "좋은 생각"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