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56

안성 서운산

경기도 안성에 있는 서운산 등산. 서운산 입구 청룡사. 13세기 후반 원나라 송려인 명본국사가 처음 세운 대장암에서 시작되어 이후 100년이 지나 고려 공민왕때 나옹선사가 크게 다시 지은 다음 청룡사로 부르게 되었다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은적암이라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어 이곳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 되었다. 경기 둘레길 42코스이기도 하다. 산행이 끝나고 송년회 안성 농협이 운영하는 대형 팜농장에서 올해 마지막 행사를 가졌다. 내년을 기약하며

충무로 골목

충무로역 7번 출구 여기가 어디인가? 처음 대하는 주위풍경에 어리둥절하다. 대한극장이 어디야? 아, 저기 있구나! 수경사. 한국의 집. 저쪽으로 가면 내 모교 일신국민학교가 있었지. 이제야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이 거리를 와본 게 언제였더라? 20년? 30년 됐나? 충무로 뒷골목의 옛스런 김치찌개 식당. 그리고 호프집. 영심이네 찌개 찌그러진 냄비 세월의 더케가 앉았다.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 저 아래쪽은 인쇄 골목인데... 오랜 친구들. 아직도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다. 그 체력이 부럽다. 한 친구는 올해부터 달리기를 안 한다고 한다.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렇다는데 왠지 마음이 짠하다. 건강해야 해!

빛바랜 사진

이삿짐을 옮기면서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을 떼어낸다. 햇빛에 바랫는지, 전등불에 바랬는지 거의 푸른빛이 되어있었다. 새로 꾸민 방에 걸려해도 세월의 때가 묻어 어울리지도 않고, 걸고 싶은 생각도 없다. 비닐봉지에 둘둘 말아 헛간에 처박아 둔다. 이제 이 사진은 다시 세상에 나올 일이 없을 게다. 생각해 보니 조상님들의 유품이나 사진을 꺼내본 지가 언제였던고? 부모님 사진도 저 한켠에 밀어 넣고 쳐다도 안 보는데 ... 모두가 소용없는 일이다. 오늘도 많은 양의 짐보따리가 실려왔다. 하루종일 정리해도 끝나질 않는다. 생각 같아선 그냥 내다 버렸으면 좋겠다만, 그럴 수도 없고... 지난번엔 책자를 도서관에 기증하고 심지어 내다 버리기까지 했는데 이번에도 또 기증을 해야 될까 보다. 헌책을 누가 보겠냐마는 그..

盆菊

盆菊(분국)/金麟厚(김인후) 十月淸霜重 (시월청상중) 시월 맑고 찬 서리 겹겹이 내려, 芳叢不耐寒 (방총불내한) 꽃 떨기는 추위 견디기 어렵겠구나. 枝條將萎絶 (지조장위절) 꽃가지는 말라 떨어지려 하고, 花蕊半凋殘 (화예반조잔) 꽃술은 반이나 쓸쓸히 시들었네. 北闕承朝露 (북궐승조로) 대궐에서 아침 이슬 받아 마시고 東籬謝夕飡 (동리사석손) 동편 울타리에서 저녁밥 됨 사양하리니 貞根期永固 (정근기영고) 곧은 뿌리 영원히 굳음을 기약하나니, 歲歲玉欄干 (세세옥난간) 해마다 옥난간에서 곱게 피어나리라. *語句 重 (중) 심하다. 위급하다. 芳叢 (방총) 꽃떨기. 꽃이 만발한 풀숲. 枝條 (지조)가지. 나뭇가지. 萎絶 (위절)시들고 말라서 떨어짐. 花蕊 (화예)꽃술. 수술과 암술. 蕊는 ‘꽃술’로 蘂(예)와 ..

座銘八條

좌명팔조 (座銘八條) 송나라 청헌공(淸獻公) 조변(趙抃)의 좌우명 중 ‘선유문(善誘文)’에 나오는 8자로 된 8조목이다. 첫째. 無心於事, 無事於心(무심어사 무사어심). 일에 무심해야 마음에 일이 없다. 일을 건성으로 하라는 말이 아니라 욕심 없이 하라는 말이다. 담담하고 무심하게 일에 임하니 집착이나 번뇌가 사라진다. 둘째. 聞諸惡言, 如風如響(문제악언 여풍여향). 여러 가지 나쁜 말을 듣더라도 바람이나 메아리쯤으로 여긴다. 남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칭찬을 들을지 욕을 먹을지보다, 그 일이 옳은지 그른지의 판단을 앞세우라. 셋째. 人有不及, 可以情恕.(인유불급 가이정서) 남이 혹 부족해도 인정으로 품어주어야 한다. 남이 내 기대에 못 미친다고 갑질을 하며 못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