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2 5

취하여 공산에 누우니

滌蕩千古愁(척탕천고수) 천고의 시름을 씻어나 보고자,留連百壺飲(유련백호음) 한자리에서 연거푸 술을 마시네.良宵宜且談(양소의차담) 이 좋은 밤 얘기는 길어만 가고皓月未能寢(호월미능침) 달이 맑아 잠을 이루기 어렵구나.醉來臥空山(취래와공산) 취하여 고요한 산에 누우니天地即衾枕(천지즉금침) 천지가 곧 이불과 베개로다.이백의 시 友人會宿다.책의 제목을 醉來臥空山(취래와공산)'취하여 空山에 누우니'로 할까 하다가 이백을 흉내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멍하니 山房에 누워'로 바꾸었다.그게 그것 같지만술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주제에 이백의 시를 인용하는 게 맘에 걸렸기 때문이다.멍 때리는 게, 그것도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어떻게 생각을 멈출 수가 있는가?그러나 그것도 그런 상태를 계속 이어가다 ..

醉來臥空山

友人會宿(우인회숙) -李白(-이백)친구들과 함께 묵다 滌蕩千古愁(척탕천고수)천고의 시름을 씻어나 보고자, 留連百壺飲(유련백호음)한자리에서 연거푸 술을 마시네. 良宵宜且談(양소의차담)이 좋은 밤 얘기는 길어만 가고 皓月未能寢(호월미능침)달이 맑아 잠을 이루기 어렵구나. 醉來臥空山(취래와공산)취하여 고요한 산에 누우니 天地即衾枕(천지즉금침)천지가 곧 이불과 베개로다.送別(송별) -王維(왕유) 下馬勸君酒(하마권군주)말에서 내려 그대에게 술을 권하며 問君何所之(문군하소지)어째서 가냐고 그대에게 묻자 君言不得意(군언불득의)그대는 뜻을 못 얻어 歸臥南山陲(귀와남산수)남산기슭에 은거한다고 하네. 但去莫復聞(단거막부문)그러면 가오, 더 묻지 않겠소, 白雲無盡時(백운무진시)거기는 흰 구름이 늘 떠 있을 테니까.春桂問答(..

텅비어 空山에 누우니

"내 삶의 시간도 모범 답안을 찾는 일들로만 채워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겠다. 길지 않은 여분의 시간에 소중한 사람의 낙서를 담아내려고 하지 않는다면,삼여(三餘)가 주어지든 백여(百餘)가 주어지든내 삶의 노트는 새까만 문제 풀이로만 가득할 것이다."어느 학자의 글이다.내 삶의 시간도훌륭한 분들의 글을 읽고 옮기고그 뜻을 담아내려 하지 않는다면아무 생각 없는 하얀 백지로만 남아 있을 것이다.12월도 이미 절반이 지나갔다.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바쁜 백수.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참석한다.이래야 짊어진 무게를 벗을 수 있다는 생각에...행복은 주어지는 게 아닌 만드는 것.아무 생각 없이 살려하는 것도 행복을 만드는 축에 속하는지 모르겠다.'텅 비어 山방에 누워니'그렇게 지내고 싶은 ..

추억의 서실에서

몸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나 보다.언제더라.이곳을 떠난 지가?벌써 5년 가까이 됐네그려.예전에 서예연습지금까지도 걸려있다.백두산을 자전거로 다녀온 학우가북한의 들쭉술을 사 가지고 왔다.음식점을 가지 않고 서실에 자리를 폈다.지나간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그사이 몹쓸 병에 걸려 지금까지 투병 중인 학우도 있고예전 그대로인 학우도 있다.이 모임.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양념 장어

오늘도 쉰이 넘은 아들은 팔순 노모를 집에 두고 일을 나섰다. 집을나서려는데 어머니가 부르셨다. "얘야, 이따가 들어올 때 양념장어 좀 사가지고 오려무나. 갑자기 양념 장어가 먹고 싶구나." "예 그럴게요. 그러시면 진작 말씀을 하시지요." 한편으로 진작 신경 써 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하기도 했다. 일을 마치고 들어오면서, 양념 장어를 사서 정성껏 포장해서 가지고 왔다. "어머니.어머니가 드시고 싶어 하시는 양념 장어 사가지고 왔어요. 맛있게 드시고 기운 내세요" "맛있게 생겼다" 그리고 몇 젓가락 드시더니 이내 젓가락을 내려 놓으셨다. "아까까지는 그렇게도 먹고 싶더니, 비린내가 나서 못 먹겠다. 나는 더 못 먹겠으니 너나 다 먹어라." "그러시면 두었다가 나중에 드세요." "아니다. 식으면 맛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