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은 분명 서러운 일이다.늙었지만 손끝에 일이 있으면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쥐고 있던 일거리를 놓고 뒷방 구석으로 쓸쓸하게 밀려나는 현상을‘은퇴’라는 고급스런 낱말로 포장하지만, 뒤집어 보면 처절한 고독과 단절이 그 속에 숨어 있다.그래서 은퇴는 더 서러운 것이다.방콕이란 단어가 은퇴자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세간에서는 그들을 화백(화려한 백수), 불백(불쌍한 백수), 마포불백(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 등으로 나누고 있다화백이든 불백이든 간에 밑바닥으로 흐르는 깊은 강의 원류는 ‘눈물 나도록 외롭다’는 사실을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화백도 골프 가방을 메고 나설 때 화려할 뿐이지,집으로 돌아오면 심적 공황상태인 방콕을 면치 못한다.집단에 소속되지 못하고 지속적인 노동의 즐거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