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1 4

習書 (습서) / 李滉(이황)

習書 (습서) / 李滉(이황) 서예 익히는 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읊다 字法從來心法餘 (자법종래심법여) 글씨 쓰는 법이란 애초부터 심법의 하나일 뿐 習書非是要名書 (습서비시요명서) 글씨 익히는 것이 명필이 되고자 함은 아니네 蒼羲制作自神妙 (창희제작자신묘) 창힐과 복희가 문자 만든 건 절로 신묘하지만 魏晋風流寧放疎 (위진풍류녕방소) 위 종요와 동진 왕희지 서법 어찌 소홀하리오 學步吳興憂失故 (학보오흥우실고) 조맹부 따라 배우려다 옛 것 잃을까 걱정되고 效嚬東海恐成虛 (효빈동해공성허) 장필을 본받으려다 허탕을 칠까 봐 두려웁네 但令點劃皆存一 (단령점획개존일) 한 점 한 획 마음을 한 곳에 모을 수만 있다면 不係人間浪毁譽 (불계인간랑훼예) 뭇 사람들의 비방과 칭찬에는 괘념치 않으리 ..

以管窺天

이관규천 (以管窺天) 대롱(管)으로 하늘을 엿본다(窺)는 뜻입니다. 관중지천(管中之天) 즉 대롱속의 하늘이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좁디좁은 대롱으로 하늘을 본다는 말입니다. ​춘추시대 천하의 명의(名醫)로 일컬어지던 이 한 말로, 의 사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춘추시대 말기 천하의 명의로 이름난 이 이라는 나라에 갔을 때였습니다. 태자가 병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은 궁정 의사를 찾아가 무슨 병인지 지금 어떤지 물었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은 “내가 살려보겠다”고 했습니다. 궁정의사는 죽은 사람을 살려보겠다는 말에 "어린애도 그런 말은 곧이 듣지 않을 것” 이라고 무시하고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대의 의술은 대롱으로 하늘을 엿보고 (以管窺天) 좁은 틈..

지울 수 없는 얼굴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 정 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는 기쁨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이니야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 있음을 알았습니다...

고장난 지팡이

내용연수는 다 되어가는데 충당금도 없이 감가상각비만 빠져나가네. 잔존가치는 거의 제로. 헤드라이트는 깜빡깜빡 유리도 금이 갔네. 타이어는 펑크가 나 압력이 빠지고 엔진오일도 새어 수시로 보충하네. 엑설레이타 내리밟고 브레이크 힘껏 밟아도 가다 서다 제멋대로네 그려. 아무리 부속을 갈고 뺑끼를 덧칠해도 헌것이 새것 될 리 없지. 이러다 고장난 지팡이가 될지도 몰라. 몽골로 국적을 바꾸려 해도 아직은 고국 땅이 좋다고 저 혼자 우기고 있네. 낙엽 지고 이윽고 눈 내려 얼어붙으면 시동이나 켜지려나? 단 한 가지 스피커만 아직 멀쩡하여 노랫소리 요란하다.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