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사랑방 야화 두 가지 패 지난봄, 어느 날 밤. 권대감 댁 무남독녀가 이대감 댁 맏아들과 혼례 날짜를 잡아 놓고 별당에서 바느질을 하던 중 깜빡 졸다가 등잔을 쓰러뜨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하인들이 나오고 이웃들도 몰려와 바가지와 대야로 물만 퍼부었지 불길이 워낙 사나워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권대감 댁 총각집사가 바가지로 물을 뒤집어쓴 후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총각집사가 혼절한 아씨를 안고 나왔다. 사흘 만에 아씨는 깨어났고 종아리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을 뿐 사지와 이목구비는 멀쩡했다. 권대감과 안방마님은 딸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씨를 살려 낸 총각집사도 한달여 만에 자기 방에서 나와 얼굴을 드러냈다. 그는 중화상을 입어 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