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을 매만지던 스물한 살 어린 나를 딴지걸어 자빠뜨려 그 커피 식기도 전에 일 끝내고 묻은 꽃물 닦아주던 여보 그때가 생각나오 바쁘다는 출근시간 와이셔츠 구길까 마른수건 배에 깔고 순식간에 일 끝내고 출근하던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외동딸 유학 보내던 날 흐르는 눈물 보이지 않으려 먼 하늘만 쳐다보던 믿었던 아들 딴살림 내보낼 때 어린 손자 품에 안고 뒤돌아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날을 기억하오 꿀물 같던 젊은 시절 아들딸 품에 안고 천년 만년 살잤더니 이제는 모두 다 떠났다고 여보 내손을 꼭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저 세상에서 데리러 오지도 않은 백세 인생길에 무엇이 그리 바빠 서둘러 가려하오 외롭고 험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