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눈을 뽐내면서 살아온 한 해의 끝 일본 바쇼의 하이쿠 시다. 연말이 되어 돌이켜보니 올 한 해를 달이니, 눈이니 하며 나름 주접을 떨었다. 세상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느라 쉴 틈 없이 바쁜데 나 혼자만 처사임네 거들먹 거리며 살았다. 결국은 세상 사람들의 노고에 의지해 산 것이다. "높이 깨닫고 세상으로 돌아가라 "고오귀속(高悟歸俗)"이라고 바쇼 시인은 말했다. 오늘 전국적으로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먼 데서 친구들이 찾아와 파전에 막걸리 한 잔 나누니 세상이 온통 하얗다. 하릴없이 보낸 한 해의 끝. 그나마 벗이 멀리서 왔거늘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