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한 교수가 말했다. "이놈의 전화 버려야겠다. 열흘이지나도 벨소리 한 번 울리지 않으니..." 그냥 웃고 말았지만 지금 내 상황이 그렇다. 마누라는 커녕 자식들한테도 전화 한 통 없다. 울리는 벨소리는 아무 쓸데없는 광고선전이거나 카톡뿐이다. 하기야 친구들이 있어 카톡이라도 오는 것이니, 아예 고장난 것보다야 낫기는 하다. 이 친구에게 걸어 볼까, 저 친구에게 해 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일도 없으면서 실없이 전화를 하기가 멋적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소식을 주고받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 저것 잴 필요없이 생각나면 전화할 수 있는 친구. 욕심인가?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가 부럽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