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8 4

친구를 구걸하다

몇년 전에 한 교수가 말했다. "이놈의 전화 버려야겠다. 열흘이지나도 벨소리 한 번 울리지 않으니..." 그냥 웃고 말았지만 지금 내 상황이 그렇다. 마누라는 커녕 자식들한테도 전화 한 통 없다. 울리는 벨소리는 아무 쓸데없는 광고선전이거나 카톡뿐이다. 하기야 친구들이 있어 카톡이라도 오는 것이니, 아예 고장난 것보다야 낫기는 하다. 이 친구에게 걸어 볼까, 저 친구에게 해 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일도 없으면서 실없이 전화를 하기가 멋적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소식을 주고받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 저것 잴 필요없이 생각나면 전화할 수 있는 친구. 욕심인가?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가 부럽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생 주름

이탈리아 영화배우 '안나 마니냐'가 ​늙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사진사에게 조용히 이렇게 부탁 했습니다. "사진사 양반, 절대 내 주름살을 수정하지 마세요." 사진사가 그 이유를 묻자, ​안나 마니냐가 이렇게 대답 했습니다. "​그걸 얻는 데 평생이 걸렸거든요."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삶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내가 만난 꿈을 이룬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나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주름이든, 상처든, 흰머리든 ​그 모든 것에 자신이 치열하게 꿈꿔온 ​모든 기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꿈을가진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꿈을 가지지 않는 사람의 인생은, ​운동을 하지 않는 운동 선수와 같습니다. 아주..

百工居肆 以成其事

................................................................................................................... 12월18일 353. 百工居肆 以成其事 (백공거사 이성기사) 모든 기술자들은 작업장에 있음으로써 그들의 일을 이룬다. 子夏曰 百工居肆以成其事 君子學以致其道 (자하왈 백공거사이성기사 군자학이지기도) 자하가 말하였다. “모든 기술자들은 작업장에 있음으로써 그들의 일을 이루고, 군자는 배움으로써 그들의 도(道)를 이룬다.”(子張 7) 肆는 謂官府造作之處라 致는 極也라 工不居肆면 則遷於異物而業不精이오 君子不學이면 則奪於外誘而志不篤이라 사는 관청의 조작하는 곳을 이름이라. 치는 지극히 함이라. 장인이 공장에 ..

億萬齋(억만재)

量其力 鈍爲功 그 능력을 헤아려 노둔함으로 공을 이루라 조선 중기의 문신 奇遵(기준 1492~1521)은 칼을 소재로 노둔함을 이야기한다. 칼은 날카로운 물건이다. 한번 휙 휘두르면 무엇이든 쉽게 베인다. 무시무시한 짐승일지라도 칼로 생명을 앗을 수 있다. 그러나 칼이 예리할수록 자신도 상처를 입기 쉽다. 칼날은 재주를 가리킨다. 재주만 믿고 까불다가는 그 재주에 자신이 상처 받기 쉽다. 에서는 날쌔게 나아가는 자는 물러나는 것도 빠르다고 했다. 느릿느릿 꾸준함이 필요한 것이다. 노둔함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조선 중기의 시인 김득신金得臣이 있다. 김득신은 어려서부터 노둔하고 멍청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열 살이 되어서야 겨우 글을 깨쳤고, 금방 배운 내용도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려 외숙은 공부를 포기하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