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115

霜降

오늘은 상강 24절기 가운데서는 18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상강은 음력으로는 9월, 양력으로는 10월 23일 무렵에 찾아온다. 다른 절기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상강의 뜻을 파악하려면 한자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강은 '서리 상(霜)'과 '내릴 강(降)'이 합쳐진 단어로 그 뜻을 직역하면 '서리가 내리는 시기'를 의미한다. ​상강 무렵의 날씨는? 단풍과 국화가 절정! 실제로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일교차가 커지며 밤에는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특성을 보인다.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온도가 더 낮아지면 이 무렵 그 해의 첫 얼음이 어는 것이 관측되기도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상강을 '서리가 내리는 절기' 혹은 '첫 얼음이 어는 때'로 인식하곤 한..

愼獨

신독(愼獨) - 홀로 있을 때 도리에 어긋나지 않게 삼가다. 君子(군자)와 小人(소인)을 가리는 말이 고전마다 부지기수로 나온다. 학식과 덕행이 뛰어나거나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던 군자에 비해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을 소인이라 했다. 우선 論語(논어)에 실려 있는 몇 가지다. 군자는 화합하지만 무턱대고 동화하지 않고(和而不同/ 화이부동), 여럿이 어울리지만 편당을 가르지 않는다(群而不黨/ 군이부당). 태연하고 높은 지위에 있어도 겸손하며(泰而不驕/ 태이불교), 허물을 남 탓하지 않고 자신에게서 찾는다(反求諸己/ 반구저기). 이외에도 많이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유명한 구절이 ‘大學(대학)’에 나오는 ‘소인배는 한가롭게 있을 때 좋지 못한 일을 한다(小人閑居爲不善/ 소인한거위불선)’일 것이다. 대..

가을비에는 지짐이

날씨가 싸늘해지면서 비까지 내린다. 텃밭에 배추는 아직도 오므라들지 않고 헤프게 퍼져있는데 이렇게 가을은 깊어만 간다. 오늘은 며칠 전 약속해 두었던 모임. 소위 번개팅이다. 점심때쯤 모여 단골 국수집으로 향했다. 항상 그렇듯이 주인이 우리를 태우러 차를 가지고 나왔다. "아이구, 이거 맨날 미안합니다." 서삼능 입구 국수집. 부추전. 호박전에 막걸리 그리고 잔치국수. 비 오는 날과 어찌 그리 궁합이 잘 맞는가! 간단하기 이를 데 없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지짐이를 먹는 맛은 아무 때나 맛볼 수 없는 조합이다. 호박 부침개. 달짝지근 하니 입맛을 돋운다.먼저 나온 부추전에 서둘러 막걸리 한잔. 날이 더웠으면 무조건 콩국수를 먹어야 하지만 이렇게 몸이 으스스 떨리는 날엔 따뜻한 잔치국수가 제격이다. 배가 부르..

羞恥(수치)

"오늘 술은 내가 살게." 평생 돈 한 푼 아껴마지않던 친구가 큰소리쳤다. 웬일이야?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친구들을 오라 했지만 선뜻 따라가는 놈이 없다. 옆에 있던 친구가 한마디 했다. "네가 먼저 술값을 결제해. 그러면 갈게." 얼마나 믿지 못했으면 그렇게까지 할까. 큰소리친 친구가 신용카드를 술집 주인에게 맡기고 맥주 10병. 막걸리 5병을 갖다 놓았다. 그때서야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기껏해야 6명뿐인데... "야, 맘껏 마셔!" 친구사이가 이렇게까지 각박해졌다. 술을 사는 놈이나, 선결제한 것을 본 후에 참석하는 놈들이나 똑같다. 평소 얼마나 자린고비 노릇을 했으면 친구들이 저렇게까지 할까? 저게 과연 친구사이일까? 어느 모임에서 이런 꼴을 보았다. 마치 쥐를 씹은듯한 기분이었다. 孟子 이루..

맘에 드는 의사

이 의사 정말 맘에 듭니다.Q : 의사 선생님, 심혈관 운동이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사실인가요? 의사 : 심장의 박동에만 좋아요, 그게 다예요. 고령엔  너무 운동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모든 것이 결국 다 닳아요. 심장 박동을 가속화한다고 해서 더 오래 살 수 있다면 운동선수들이 오래 산다는 것과 같아요. 더 오래 살고 싶나요? 운동은 적당히 하고 낮잠을 즐기세요. Q : 알코올 섭취량을 줄여야 하나요? 의사 : 오, 이런 과일로 만든 포도주, 과일주는 아주 좋습니다. 꼬냑과 브랜디는 와인을 증류한 것이니 더 좋다고 할 수 있어요. 막걸리도 맥주도 곡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곡물주는 다 좋습니다. 적당히 마시고 즐기세요~Q : 운동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의..

이 매창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난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이화우(梨花雨): 배꽃이 마치 비처럼 내림, 혹은 비처럼 떨어지는 배꽃(계절적 배경은 봄) *추풍낙엽 :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잎 *천 리 : 정감의 깊이 *오락가락하노매 : 오락가락하는구나 풀이 배꽃이 비 내리듯 흩날릴 때, 울면서 소매를 부여잡고 이별한 임. / 세월이 흘러 가을 바람에 낙엽이 지는 이때에 임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멀리 떨어져 있기에 외로운 꿈 속에서만 나를 찾아 오셨다가 가시는구나. 彈琴 / 李梅窓 거문고를 타면서 幾歲鳴風雨 (기세명풍우) 몇 해 동안 비바람 소리를 내었던가 今來一短琴 (금래일단금) 여지껏 지녀온 작은 거문고 하나 莫彈孤鸞曲..

28번째 노인의날

현재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매우 경이로운 세대입니다. 아마 이 세대만큼 많은 변화를 경험한 세대가 없을 겁니다. 굶기를 밥 먹듯이 하다가 최초로 밥 세끼를 먹기 시작한 세대가 오늘 대한민국의 노인들입니다. 고층 빌딩을 본 첫 세대, 에레베이터를 탄 첫 세대입니다. 아파트에서 살기 시작한 첫 세대, 자가용을 운전하기 시작한 첫 세대, 스포츠센터에 다니면서 운동을 하기 시작한 첫 세대, 세상에 꿈도 못 꾸던 세계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한 첫 세대, 집에서 전화받기 시작한 첫 세대이고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한 첫 세대입니다. 민주주의를 경험한 첫 세대이고요 주판으로 계산하다가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컴퓨터를 쓴 첫 세대 이기도 합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노인들은 환갑잔치를 포기한 첫 세대,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다니기 시..

餘恨歌

어머니의 여한가(餘恨歌) 옛 어머니들의 시집살이 자식 거두기 질박한 삶을 노래한 글. 한국 여인들의 결혼 후 시집살이에서 생기는 한(恨)을 이야기한 순박한 글입니다. 열여덟살 꽃다울제 숙명처럼 혼인하여 두세살씩 터울두고 일곱남매 기르느라 철지나고 해가는줄 모르는채 살았구나 봄여름에 누에치고 목화따서 길쌈하고 콩을갈아 두부쑤고 메주띄워 장담그고 땡감따서 곶감치고 배추절여 김장하고 호박고지 무말랭이 넉넉하게 말려두고 어포육포 유밀등과 과일주에 조청까지 정갈하게 갈무리해 다락높이 간직하네 찹쌀쪄서 술담그어 노릇하게 익어지면 용수박아 제일먼저 제주부터 봉해두고 시아버님 반주꺼리 맑은술로 떠낸다음 청수붓고 휘휘저어 막걸리로 걸러내서 들일하는 일꾼네들 새참으로 내보내고 나머지는 시루걸고 소주내려 묻어두네 피난나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