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에게/ 정호승 늙어가는 아버지를 용서하라 너는 봄이 오지 않아도 꽃으로 피어나지만 나는 봄이 와도 꽃으로 피어나지 않는다 봄이 가도 꽃잎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내 평생 꽃으로 피어나는 사람을 아름다워했으나 이제는 사람이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사람이 꽃처럼 열매 맺길 바라지 않는다 늙어간다고 사랑을 잃겠느냐 늙어간다고 사랑도 늙겠느냐 (정호승 시인의 시 '산수유' 전문) 인용한 시 '산수유'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시 '불빛'에서도 시인의 哀想이 여실히 드러난다. "때때로 과거에 환하게 불이 켜질 때가 있다 처음엔 어두운 터널 끝에서 차차 밝아오다가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 갑자기 확 밝아오는 불빛처럼 과거에 환하게 불이 켜질 때가 있다 특히 어두운 과거의 불행에 환하게 불이 켜져 온 언덕을 뒤덮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