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127

산수유에게

산수유에게/ 정호승 늙어가는 아버지를 용서하라 너는 봄이 오지 않아도 꽃으로 피어나지만 나는 봄이 와도 꽃으로 피어나지 않는다 봄이 가도 꽃잎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내 평생 꽃으로 피어나는 사람을 아름다워했으나 이제는 사람이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사람이 꽃처럼 열매 맺길 바라지 않는다 늙어간다고 사랑을 잃겠느냐 늙어간다고 사랑도 늙겠느냐 (정호승 시인의 시 '산수유' 전문) 인용한 시 '산수유'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시 '불빛'에서도 시인의 哀想이 여실히 드러난다. "때때로 과거에 환하게 불이 켜질 때가 있다 처음엔 어두운 터널 끝에서 차차 밝아오다가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 갑자기 확 밝아오는 불빛처럼 과거에 환하게 불이 켜질 때가 있다 특히 어두운 과거의 불행에 환하게 불이 켜져 온 언덕을 뒤덮은..

霜降

먼 길 가다 잠시 쉬러 들어온 이 애잔, 그대의 행장이려니 움켜쥐려 하자 손등에 반짝이는 물기 빛살 속으로 손을 디밀어도 온기가 없다 나는 삯 진 여름 지나온 것일까 놓친 것이 많았다니 그대도 지금은 해 길이만큼 줄였겠구나 어디서 풀벌레 운다, 귀먹고 눈도 먹먹한데 찢어지게 가난한 저 울음 상자는 왜 텅 빈 바람 소리까지 담아두려는 것일까 --김명인,『여행자나무』(문학과지성사, 2013)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김 시인의 시 세계를 관통해온 것은 '몸의 기억'이다. '김명인 시'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고향을 잃고 부랑의 운명을 걸머진 채 헐벗은 길 위에 선 사람들이었다. 이번 시집엔 어느덧 노년에 이른 시인이 스스로 변화된 몸에서 길어 올리는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낙인처럼 찍혔던 트라우마..

조선 名技들의 戀詩

조선 명기(名技)들의 연시(戀詩) 그대에게 / 부안기생 매창 봄 오고 그댄 오지 않으니 바라보아도 바라보아도 덧없는 마음 들여다보는 거울엔 먼지가 끼어 거문고 가락만 달 아래 흐르네 취하신 임께 / 부안기생 매창 취하신 임 사정없이 날 끌어단 끝내는 비단적삼 찢어놓았지 적삼 하날 아껴서 그러는 게 아니어 맺힌 정 끊어질까 두려워서 그렇지 말위에서 시를 읊는다 / 성천기생 채소염 성천 길 위에 말 멈추니 꽃 지는 봄날 두견새 시름일세 물길은 평양으로 통하고 땅은 강선루에 잇닿았네 송도 기생 황진이의 시 모음 상사몽 / 황진이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기를 지고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

不如學也

.....................................10월24일 298. 不如學也 배우는 것만 같지 못하였다 子曰 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無益 不如學也 (오상종일불식 종야불침 이사 무익 불여학야)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내 일찍이 종일토록 밥을 먹지 않으며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서 생각하니, 유익함이 없었다. 배우는 것만 같지 못하였다.” (衛靈公 30) 此는 爲思而不學者言之니 蓋勞心以必求가 不如遜志而自得也라 이것은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는 자를 위하여 말씀하신 것이다. 마음을 수고롭게 하여 반드시 구하려고 하는 것이 마음을 겸손히 하여 스스로 아는 것만 같지 못하다. 李氏 曰夫子非思而不學者시되 特垂語以敎人爾라 이씨(李氏)가 말하였다. “부자(夫子)는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

손녀의 선물

13살 손녀가 즉석에서 그려준 생일 선물이다. 실제보다 20년은 젊어 보인다.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하거라. 고맙다. 사랑하는 태경아. 액자로 만들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았는데 사진을 잘못 찍어 가분수가 되었다. 그런들 뭐 어떠랴? 하기야 아이들 눈에 보이는대로 그렸으니, 젊으면 젊은대로, 늙었으면 늙은대로 그렸을 터. 그저 기특할 뿐이다.

내 엄마의 손(手)과 발(足)

1960년대 초 일본의 어느 일류대학교 졸업생이 대기업인 한 회사 직원 공채 시험에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2천여 명이 응모하여 30명이 1차 시험에 합격했고 합격자들 면접시험을 치르는 날입니다. 면접관은 상무, 전무, 사장. 세 분이 면접 지원자들에게 여러 가지 다른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이 청년이 사장 앞에 섰을 때 사장은 이 청년의 지원서 등을 한참 보고 난 후, ''시험 점수가 좋군'' 그리고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사장께서는 이런저런 질문을 한 후에 청년에게 마지막 질문을 하기를, ''어머니에게 목욕을 시켜드리거나 발을 씻겨드린 적이 있었습니까?"라는 사장의 질문에 청년은 무척 당황했고 거짓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청년은 속으로 이제 나는 떨어지겠구나! 생각하면서) "한 번도 없었..

우리가 마지막 세대

*이제는 우리 세대를 일컬어서 컴맹의 마지막 세대 *검정 고무신에 책보따리를 메고 달리던 마지막 세대 *굶주림이란 질병을 아는 마지막 세대 *보릿고개의 마지막 세대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 *성묘를 다니는 마지막 세대 *제사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 *부자유친. 아비와 자식은 친함에 있다 라고 교육 받았던 마지막 세대 자녀들로 부터 독립 만세를 불러야 하는 서글 픈 첫 세대 좌우지간 우린 귀신이 된 후에도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하는 첫 세대가 될것 같네요 ㅠㅠ 하고 울어야 할지 ㅋㅋ 그리며 웃어야 할지........... 급속히 변해가는 세상 어쩌겠습니까 다들 알아서 악착 같이 건강 챙기고 좋아하는 음식 찾아 먹고 하고싶은 것 하면서 즐겁게 행복하게 사세요..... "노년의 친구" 어느 노인이 개구리 한..

045. 聽董大彈胡笳聲兼語弄寄房給事 / 李頎

045. 聽董大彈胡笳聲兼語弄寄房給事 / 李頎 동대의 호 피리 소리를 들으며 방 급사에게 농을 하다 蔡女昔造胡笳聲 (채녀석조호가성) 채씨네 딸이 지난날 을 지었을 때, 一彈一十有八拍 (일탄일십유팔박) 거문고 한번 튕기는데 박자는 18박이였다. 胡人落淚沾邊草 (호인낙루점변초) 호인들은 눈물 흘려 주변 풀을 적셨고, 漢使斷腸對歸客 (한사단장대귀객) 한나라 사신은 애가 끊어져 돌아가는 나그네 대했다. 古戍蒼蒼烽火寒 (고수창창봉화한) 옛날 보루는 푸르스름하고 봉화는 차가운데, 大荒隂沈飛雪白 (대황음침비설백) 넓고 황량한 사막은 음침하고 눈발은 희끗희끗 날린다. 先拂商絃後角羽 (선불상현후각우) 먼저 상음을 탄 뒤 나중에 각음과 우음을 타니, 四郊秋葉驚摵摵 (사교추엽경색색) 온 들판에 가을 잎이 놀라서 뚝뚝 떨어진다..

過而不改 是謂過矣

................................................................................................................... 10월23일 297. 過而不改 是謂過矣니라. (과이불개 시위과의)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일러 잘못이라 한다. (衛靈公 29) 허물이 있으되 능히 고친다면 허물이 없는 데로 돌아갈 수 있다. 오직 허물을 고치지 않는다면 그 허물이 마침내 이루어져서 장차 고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주역 계사하전 제5장에 “善不積이면 不足而成名이오 惡不積이면 不足而滅身이니 小人이 以小善으로 爲无益而弗爲也하며 以小惡으로 爲无傷而弗去也라 故로 惡積而不可掩이며 罪大而不可解니 易曰何校하여 滅耳니 凶이라하니라. 착한..

因噎廢食

인열폐식(因噎廢食) 목이 멘다고 식사를 끊다. 조그만 것을 두려워하여 큰일을 그만 두다. (인할 인, 목멜 열, 폐할 폐, 밥 식) 흔히 쓰는 트라우마(Trauma)란 말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가 정식 이름이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신체적 폭행 등을 당했을 때 나타나는 정신적 장애를 가리킨다. ‘불에 놀란 놈이 부지깽이만 보아도 놀란다’는 우리 속담처럼 한 번 크게 혼난 뒤에는 모든 일에 지나치게 겁을 내거나 섣불리 나서지 못한다. 성어로도 제법 많은데 활에 상처 입은 새는 굽은 나무만 보아도 놀란다는 傷弓之鳥(상궁지조), 뜨거운 국에 혼이 난 사람은 시원한 냉채도 후후 불어서 마신다는 懲羹吹虀(징갱취제, 羹은 국 갱, 虀는 냉채 제). ..